[美정치 사이버혁명]벤추라의 이변

  • 입력 1999년 6월 29일 18시 43분


지난해 11월3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이변은 개혁당 후보 제시 벤추라의 미네소타 주지사 당선이었다. 민주 공화 양당제가 발달한 미국에서 제3정당의 후보가, 그것도 프로레슬러라는 정치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 주지사가 됐기 때문이다.

선거 직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벤추라의 지지율은 민주 공화 양당후보에 한참 뒤져 있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지난해 6월 7%에 불과했던 벤추라의 지지율은 선거 나흘전인 10월29일 23%까지 올라가기는 했지만 민주당의 허버트 험프리후보(34%)나 공화당의 리놈 콜먼후보(33%)에 비해서는 여전히 10% 이상 처졌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벤추라 37%, 콜먼 34%, 험프리 28%로 나왔다. 과연 막판뒤집기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벤추라는 선거 사흘전 ‘주지사를 향한 72시간의 최종질주’ 캠페인을 펼쳤다. 주 전역에서 자신의 지지결의대회를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한 것. 이 행사를 위해 벤추라는 자신의 웹사이트(www.jesseventura.org)를 통해 조직한 ‘하이테크 신경망’ ‘JesseNet’을 가동했다.

하이테크 신경망을 통해 이미 확보한 3000명의 지지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결의대회 개최소식을 전했다. 불과 몇분만에 연락이 완료됐다. 물론 연락을 위한 중간조직도 필요없었다. 메일을 받은 지지자들은 즉각 지역별 지지결의대회를 준비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지역언론의 큰 주목을 끌어 선거막판 사흘동안 유권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덕분에 벤추라는 불과 1만달러를 손에 쥐고 단기필마(單騎匹馬)로 출마한 선거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승리의 일등공신인 웹사이트에 지출된 비용은 불과 600달러(약 72만원). 웹사이트를 통해 벤추라 인형을 팔고 하루평균 1500달러의 정치자금을 모았으며 지지자들과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해 준 것을 고려하면 이 돈 또한 지출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벤추라가 이길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는 미네소타주가 전자민주주의를 위한 사회간접자본이 발달한 곳이라는 점도 포함된다. 94년에 생긴 ‘미네소타 E―Democracy’ 웹사이트는 세계 최초로 후보들과 그들의 공약을 소개하고 온라인 후보토론회를 개최했다. 벤추라는 양당 후보 위주로 보도하는 기존 언론과는 달리 이 웹사이트에서는 똑같은 후보의 한명으로서 대접받았다. 벤추라는 ‘공평한’ 기회를 활용,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해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었다.

벤추라의 성공적인 E―캠페인 사례는 E―Politics 시대에는 기존 정치집단에 가담하지 않은 돈없는 후보도 당선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E―캠페인은 기존 정당의 역학구도에도 변화를 준다. 지난해 인디애나주 선거가 대표적 사례. 민주당은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모두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32년 이후 가장 많은 민주당 선출직 당선자를 배출했다.

승인으로는 유권자의 나이와 출신 인종은 물론 구독하는 잡지의 종류까지 자세히 입력된CD롬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꼽히고 있다.

민주당의 조 앤드루 인디애나주 위원장은 선거 후 일약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2000년 선거사령탑으로서 전면적인 E―캠페인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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