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인심과 天命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24분


지난달 개각과 함께 ‘화제’의 초점이 되었던 두 장관의 잇단 퇴진을 보면서 생각한다. 고리타분해 보이는 채근담의 한 구절이다. ‘관직에 있는 사람에게 두마디 해줄 말이 있으니 하나는 오직 공정하면 만사가 밝아질 것이요, 둘째는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惟公則生明 惟廉則生威).’ 정치성 시비와 옷로비 의혹으로 물러난 법무장관,그리고 2만달러의 연극공연 격려금 때문에 그만둔 환경부장관을 보면서….

▽장관 자리라면 왜들 그리 쳐다보는 것일까. 여러 갈래의 얘기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해당 부서의 예산과 인사권을 장악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막강한 힘은 과장해서 말하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다. 비록 제약도 없지 않지만 소속 공무원의 ‘생사여탈’을 쥐고 이해관계인의 성패를 좌우하는 파워다. 그 때문에 장관 자리에 대한 감시와 질시의 눈도 매서운 것이다.

▽장관에 오른 이에 대한 시시비비가 엄한 것도 다 거기서 연유한다. 막강한 만큼의 도덕성과 공정성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런의미에서 두 장관을 임용하는 순간부터 불행의 씨를 묻은 셈은 아닐까. 법무장관의 경우 검찰총장으로서 국회에서 탄핵대상에 올랐었고 가족은 옷로비 의혹에 휩싸였다. 환경부장관은 연극배우에서 갑자기 환경행정의 책임자가 된 데 대해, 그리고 예정된 공연이라지만 러시아에서의 공연강행에 대해 다들 고개를 갸웃 했다. 그런 한계를 안고 장관이 된 데서부터 소란은 예고되었던 것이다.

▽옛 문집에 나오는 통찰이 무섭다. ‘인심의 소재는 천명(天命)의 소재이며, 그것이 떨어지고 합하며 떠나고 머무는 데 머리털 하나의 오차도 없음을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선의 거유(巨儒)로 꼽히는 기대승(奇大升)의 관점이다. 어지러운 시국을 수습하고 조율하기위한 개각 인사라면 그만큼 섬세하고 신중했어야 했다.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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