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 장달중/「Korean Politics」

  • 입력 1999년 6월 18일 19시 27분


■「Korean Politics」John Kie-Chang Oh Cornell University Press ■

2차대전 이후 제3세계 국가들 중 한국처럼 급격한 정치 경제적 변화의 모습을 보인 국가는 없을 것이다. 전쟁과 민족분단, 정치적 권위주의와 경제성장, 그리고 민중저항운동과 민주화 등 한국의 변모하는 모습은 세계 정치학자들의 주요 연구대상이 돼왔다.

60년대까지는 주로 냉전체제의 관점에서 한국정치과정이 연구돼왔으며, 70·80년대는 정치 경제적 관점에서 정치적 권위주의와 경제성장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려는 노력이 대세를 이뤄왔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저항운동과 민주화의 문제가 주요 연구테마로 등장했다.

하지만 서구정치학자들의 연구는 대부분 이러한 변화의 모습을 지나치게 구획화시킨 나머지 지난 반세기간의 변화들을 일관된 전체의 틀 속에서 파악할 수 없게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금년초 미국 코넬대 출판부에서 나온 미국가톨릭대학 오기창교수의 ‘한국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의 추구’는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한, 매우 시의적절한 영문 한국정치 분석서이다.

60년대 말 그레고리 헨더슨이 자신의 저서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에서 권력의 조종에 ‘소용돌이 치는’ 한국사회의 무기력한 모습을 한국정치의 본질로 파악한 바 있다. 그러나 오교수는 이 책에서 경제발전과 시민사회의 성장을 통해 본질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권력과 시민사회의 대등적 관계를 한국정치의 핵심적 모습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 반 세기간 한국정치의 지평을 넓혀온 중산층과 시민사회의 성장을 심도있게 분석하는 한편 민주화의 제도적 공고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경유착이나 구조적 불균형의 문제점들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일별하고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한국정치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주의 문제가 지나치게 간단히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중심의 권력집중 문제. 민주화가 됐다 하더라도 권력행사의 패턴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헨더슨의 ‘소용돌이의 정치’패턴이 다시 학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장달중(서울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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