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양동철/EU 공동 외교정책과 한반도

입력 1999-05-04 10:41수정 2009-09-24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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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암스테르담 조약이 1일 발효됨에 따라 EU는 세계무대에서 외교와 안보에 관한 한 공동정책을 수립해 하나로 행동하게 됐다.

지금까지 유럽 각국은 각자 독자적인 남북한 정책을 채택했지만 이제 한반도 및 세계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일 때는 단일 공동정책을 수립해 집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EU가 채택할 대북한 정책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U 정상들은 6월 독일 쾰른에서 ‘유럽 공동 외교 및 안보정책’ 담당 고위대표를 임명한다. 프랑스어 표기의 약칭을 따 ‘페스크’로 통칭되는 이 고위대표는 EU 의장국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그러나 의장국이 6개월마다 교체되므로 EU의 대외 외교안보 정책 조정 및 대변을 그가 사실상 전담한다고 할 수 있다.

EU 회원국의 전직 외무장관 또는 총리 경력자 중 상당수가 페스크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보더라도 EU에서 페스크가 누리게 될 비중을 알 수 있다. 이로써 EU는 정치 외교적 실질 통합을 향해 진일보했고 지금까지 주요 국제안보 문제에 대한 EU의 입장을 알고 싶어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좋을지 몰랐지만 이제는 창구가 확실해진 셈이다.

동서 냉전의 산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창설된 지 50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냉전 아닌 코소보 사태를 둘러싸고 19개 전회원국이 일사분란하게 행동하고 있다. NATO 회원국이 아닌 핀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스웨덴같은 나라들도 정치적으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코소보에 대한 NATO의 군사행동은 비문명 비인륜 지도자 유고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에 대한 십자군적 성격의 전쟁이란 도덕적 명분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달 16일 EU 이사회는 리비아 제재조치를 풀면서 항공기 운항금지만 해제하고 무기 및 군용장비 수출금지, 비자발급 요건완화, 영사 및 외교관 이동제한 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EU의 리비아 정책은 EU와 제휴관계에 있는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동구권 국가와 키프로스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로써 외교 및 안보 문제 관련 주요 국제사안에 대해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전 국가들이 EU와 공동보조를 취하는 선례를 남겼다.

최근에는 바르샤바 조약국이었던 폴란드 헝가리 체코가 NATO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들 3개국은 EU 신규가입을 희망하는 국가의 선두에 서있고 그 뒤를 이어 대부분의 동구권 국가와 키프로스 말타 등 남부 유럽국가들이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코소보 사태나 리비아 문제에서 볼 수 있듯 EU 정책은 강력한 견인력을 발휘한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미국을 움직이고 세계여론을 우리편으로 유리하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 유럽무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십자군적 사명의식이 있는 EU가 남북한 문제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양동철<핀란드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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