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총의 교육부장관 퇴진운동

  • 입력 1999년 4월 18일 19시 52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이해찬(李海瓚)교육부장관의 퇴진운동을 결의하고 나섰다. 교총은 17일 임시 대의원회를 열어 “현재 교육계를 둘러싼 여건은 ‘교육공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위기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이런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인 교육부장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교총은 서명작업 등 퇴진운동을 강력히 밀고나가겠다는 단호한 자세다. 이번 결의는 일개 교원단체에 의해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흔히 있는 ‘이익단체의 과격한 요구’로 흐지부지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요즘 교사들 사이에 팽배한 반(反)교육부장관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전국 조직인 교총은 현존하는 교원단체 중 최대 규모다. 교사가 누구인가. 교육 일선에 서서 학생들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없이는 교육이나 교육개혁을 말할 수 없다. 장관과 교사의 관계는 신뢰와 존경으로 단단히 결속되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결의를 통해 이들 사이가 썩 좋지 않을뿐더러 일부 교사들은 노골적인 적개심을 보이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 교육은 안팎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입시제도 교원정책 등 교육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수술이 이뤄지고 있으며 어려운 경제상황이나 세계적인 추세 등 외부 여건들도 우리 교육계가 한층 분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교사와 장관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결의에서 나타난 교사들의 불만은 교원정책에 집중되어 있다. 정부가 교사를 개혁대상으로 삼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아 대혼란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최근 교권 추락과 교원들이 대거 교직을 떠나려는 현상이 모두 정부의 교원경시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교육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교사들도 개혁의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입장과 시각에 따라 서로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분명한 것이 한가지 있다. 교육부가 교원개혁에서 이들의 사기와 명예, 교직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관했던 점이다. 특히 정년 단축문제를 추진하면서 지나치게 경제논리를 내세운 것은 교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교육부장관은 교총의 장관퇴진운동을 애써 모른척 하고 싶을지 모른다. 교총이 7월 공식 출범하는 전교조와 다른 교원단체를 의식해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쯤으로 가볍게 보아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진정 개혁을 원한다면 이들이 퇴진요구까지 불사하게 된 배경을 깊이 헤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사들이 배제된 교육개혁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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