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발칸 불똥 세계대전으로 튀나

  • 입력 1999년 4월 11일 19시 42분


발칸전쟁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회원국들과 러시아 중국 등 구공산권 사이의 신냉전적 갈등을 빚더니 급기야 세계대전설까지 나오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가 유고공격을 강화하면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는 보도다.

옐친의 3차대전 경고발언은 일단 국내용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발칸의 포연(砲煙)이 미―러, 미―중(美―中)간 대립을 심화시킨다면 세계질서는 혼란을 면치 못하게 된다. 이는 한반도 안정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상황이다.

옐친의 세계대전 경고발언에 앞서 유고 대통령 밀로셰비치가 러시아에 합병을 요청했다고 한다. 나토의 포탄세례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지자 러시아 우산 속으로 긴급피란을 하겠다는 속셈이다.

최근 유고의 수도 베오그라드를 방문하고 돌아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장이 밀로셰비치의 이같은 뜻을 옐친에게 전했다. 현재 러시아는 구소련의 연방이던 벨로루시와 국가연합을 추진중에 있으며 여기에 유고도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옐친은 즉각 벨로루시의 루카셴코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벨로루시―유고 3국연합안을 지지했다는 소식이다.

발칸전쟁을 둘러싼 이런 사태추이에서 우리는 다음 몇가지 문제를 유의깊게 봐야한다.

첫째, 소수민족인 알바니아계 주민을 학살해 서구국가들의 응징을 자초한 밀로셰비치의 행태다. 나토 공습을 받는 와중에도 더 큰 ‘인종청소’ 범죄를 저지른 그가 핵무기를 가진 러시아의 보호를 요청한 것은 위험한 전술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옐친의 태도가 과연 책임있는 주요국가 지도자로서 온당하냐는 점이다. 유엔안보리를 거치지 않은 나토의 유고 공습을 비판한 러시아의 초기 행동은 일면 타당성도 인정됐다. 중국도 러시아와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나토의 공습 와중에 더 심각한 코소보 학살을 자행한 유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한 러시아였다.

셋째, 러시아가 유고와 국가연합을 이룬다면 그것은 범슬라브권이라는 시대착오적 팽창 민족주의로 국제적 비판을 받을 것이다. 러시아가 유고와 연합한다면 밀로셰비치의 반인류적 학살범죄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지역분쟁이든 미국이 군사적으로 깊이 개입하는 것은 한반도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두개 지역의 국지전에 대비한 윈―윈 전략이 있다지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거기다 발칸전쟁으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대립한다면 이 주요국가들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조관계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발칸전쟁의 확전은 막아야 한다. 유엔 등의 중재에 의한 평화회복의 길이 하루빨리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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