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혁명]「사이버 화폐시대」 개막

  • 입력 1999년 4월 4일 19시 38분


전자상거래의 등장은 인터넷이 몰고온 가장 혁명적인 변화다.

직접 매장에 나가 물건을 고르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보고 인터넷으로 대금을 지급한다. 현실세계에서 구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2000년 6천억달러에 이르고 5년내에 세계 교역규모의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혁명적으로 경영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시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정보화시대에 맞게 전략을 수정할 것인가.

현실세계와 사이버공간에서 ‘세계 최대의 서점’을 자부하는 반스 앤드 노블(Barnes & Noble)과 아마존은 기존 업계와 사이버 마케팅 업체간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1백50년의 오랜 역사에 5백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반스 앤드 노블은 지난해 2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직원수만 해도 3만명에 가깝다. 이에 비해 95년 설립된 사이버 서점 아마존은 6백명의 종업원으로 지난해 6억1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겉모습만 보면 반스 앤드 노블이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반스 앤드 노블의 매출은 매년 10% 성장에 머물고 있는 반면 아마존은 매년 서너배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 손님을 맞는 점포 하나 없지만 최근 3년여 동안 전세계에서 8백만명이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했다. 거미줄 같은 점포망을 가진 서점이라도 3백만권의 장서를 한 곳에 모아놓고 전세계에서 24시간 주문을 받는 ‘사이버 서점’ 아마존을 당할 수는 없다.

기업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증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스 앤드 노블의 주식가치 총액은 약 24억달러인 반면 아마존은 주당 1백50달러에 주식가치 총액은 1백70억달러에 이른다. 산업화시대의 기업과 정보화사회를 대표하는 기업의 가치가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전자상거래의 확산은 기존 화폐에도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결제가 가능해야 전자상거래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 기존의 화폐가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데 비해 전자상거래에 사용하는 디지털화폐는 네트워크에서 네트워크로 전달된다. 현금대신 디지털 신호가 빛의 속도로 상대방의 계좌로 옮겨가는 것이다.

하나의 카드로 상품 구입과 교통수단 이용, 은행 입출금 등 모든 경제활동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전자화폐도 이미 선보였다. 모든 정보를 손톱만한 반도체칩에 내장한 만능 결제수단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마그네틱 띠를 이용한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는 전자화폐의 초기 형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30여개국이 미래형 전자화폐에 관한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업계의 두 거인 마스터카드(몬덱스)와 비자카드(비자캐시)의 한판 승부가 볼 만하다.

몬덱스는 95년 영국에서 첫선을 보인 세계 최초의 전자화폐. 신용카드처럼 생긴 카드에 일정 금액이 담긴 IC칩을 내장해 가맹점에서 물건을 사고 현금처럼 계산할 수 있게 했다. 96년 등장한 비자캐시도 기능은 비슷하다.

전자화폐는 일반 화폐처럼 자유롭게 입출금하고 보관할 수 있다. 5천원권, 1만원권이라는 액면 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몇전 단위까지 최소한으로 나눠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상품 대금을 지불하고 세계 어느 곳으로도 화폐의 가치를 이전할 수 있다.

도난이나 위조가 불가능하고 새로 화폐를 찍어내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세거나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 처리에 귀찮아할 필요도 없다.

전자상거래와 전자화폐의 등장은 90년대 이후 반도체와 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테크놀러지의 발달은 인간의 경제 활동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성큼 우리주변에 다가온 사이버 뱅킹은 기존 금융체제의 대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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