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는 세상]첫 인터넷방송국 CHATV 만든 4인방

입력 1999-03-07 19:55수정 2009-09-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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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이나 방송사 입사시험에 떨어진 나원주(羅源株·29)씨.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잔잔한 광고 한편을 만들고 싶었지만 광고회사 입사에 거듭 실패한 신상진(申相津·29)씨.

“네가 필요하다”는 한마디에 같이 몸을 던진 의리파 김병수(金炳秀·27)씨. 전공인 식품영양학과 상관없는 것만 ‘골라서’ 좋아했던 이수경(李受卿·29·여)씨.

서울대 출신의 이 4명이 국내 최초로 인터넷에서 TV방송과 홈쇼핑의 연결을 시도한 인터넷 방송 CHATV(www.chatv.co.kr)를 차렸다. 카메라 3대에 직원은 9명뿐인 초소형 방송국이지만 꿈만은 거창하다.

인터넷방송국을 가장 먼저 제안한 것은 나씨. 5번째 방송사 입사시험에 낙방한 뒤 나씨는 “방송국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내가 방송국을 차리겠다”고 결심했다.

허름한 소주집에서 대학동창인 신씨를 만난 나씨는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려고 한다. 돈도 필요하고 너도 필요하다”고 ‘협박’했다. 신씨는 2천만원과 ‘젊음’을 함께 투자하기로 했다.

신씨는 즉석에서 인터넷 마니아인 후배 김씨를 천거했다. 김씨는 두말없이 참여했다.

문화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던 이씨는 “너 아니면 누가 예술분야를 담당하겠느냐”는 ‘감언이설’에 넘어갔다.

사무실을 구하고 리포터와 직원을 뽑은 뒤 지난해 11월중순 방송을 시작했다. 홈쇼핑이 주요 프로그램이지만 5분짜리 드라마도 찍고 네티즌들의 사연을 카메라에 담은 ‘영상편지’도 만들었다.

개국한지 4개월만에 인터넷 홈페이지의 방문객 수가 하루 3천명을 넘어섰다. 이들에게‘야근’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가끔 밤을 새야 야근이지 매일 밤새는게 무슨 야근이냐”는 것.

각자 맡은 직책도 없다. 프로그램을 맡으면 그 사람이 프로듀서 작가 카메라맨 노릇을 모두 해야 한다. ‘재수가 없으면’ 출연도 해야 한다.

하루 15시간이 넘게 일하면서도 월급이라곤 한푼도 받아보지 못했지만 이들은 피곤한 줄 모른다. 해보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철없는 실험정신으로 모인게 아닙니다. 미래의 방송은 인터넷에서 이뤄질 겁니다. 네티즌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계에 혁명을 일으킬 겁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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