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인도에서 근무하던 한 무역진흥공사 간부의 얘기였다. 북한 외교관들이 현대자동차가 만든 차를 타고 다니기에 말을 걸었다. “남조선 차를 다 타고 다니느냐”고. 그랬더니 대답이 “전두환 로태우가 만든 게 아니고 남조선 인민들이 만든 것이니까 타고 다닌다. 왜!”라더라나. 서남아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남미같은 데서도 국산차는 한국인에게 긍지 그 자체였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수리공도 했던 정주영(鄭周永)씨가 건설업으로 대성한 뒤 세운 회사다. 67년 포드자동차 조립 생산으로 시작해 10년만에 국산차 포니를 내놓기에 이른다. 포드측이 한국시장을 얕잡아 보고 조립만 고집하고 합작생산을 꺼리자 정주영씨는 과감히 손을 끊었다. 그리곤 아우 정세영(鄭世永)씨에게 “100% 국산차를 만들 방안을 내라”고 지시한다.
▽정세영씨는 이탈리아로 달려가 설계 용역회사에 모델 디자인을 의뢰하고 영국으로 가서 차량제작 전문가를 만났다. 그렇게 해서 포니가 나오고 현대 신화는 탄생한 것이다. 세영씨는 두꺼운 북미 유럽 시장을 뚫고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키우기 위해 30여년을 뛰었다. 노사분규의 현장에도 뛰어들어 수습해 내곤 했다. 그가 이제 이사회 의장이라는 자리에서도 물러나 일선을 떠났다. 빅딜시대의 ‘정세영 퇴진’은 여러 갈래의 감회를 준다.
김충식 <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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