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약속뒤집는 「강심장」 與野

  • 입력 1999년 2월 26일 19시 17분


26일 여야3당 총무회담에서는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에 연루된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심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가 먼저 한나라당이 이번 회기 중 체포동의안 처리를 반대하는 것을 문제삼아 “그런 것으로 국회를 파행시키고 그래”라고 몰아세운 뒤 내달 8, 9일 이 문제를 처리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가 발끈해 “나도 속이 편하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줄 알아. 대통령 보좌나잘해”라고언성을높였다.

이총무는 이어 “올 봄 노사문제가 심각해질 것이 뻔하고 계엄령을 선포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여야 대립 자제를 제안했다. 그러자 한총무는 “나라가 어려운 줄 알면 협조해야지, 협조한 게 뭐가 있어”라고 되받았다.

이같은 말다툼이 30여분간 이어지다 이총무가 벌떡 일어나 회담장을 나가려 하자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이 야당이 반대하면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중재해 가까스로 수습됐다.

여야가 서의원 체포동의안 문제를 놓고 감정싸움까지 벌인 것은 당리당략 때문이다. 여당은 법의 무력화를 막고 사회기강을 세운다는 측면에서 이번 회기 중 서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공언했으나 표단속에 자신이 없어 처리일자를 계속 미뤄왔다.

한나라당도 당초 정면대응키로 방침을 정했으나 당 민주수호투쟁위원회가 제동을 걸면서 반대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서의원이 구속돼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까지 화가 미친다면 한나라당 자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여야합의로 국민에게 약속한 사안까지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정치권의 ‘강심장’이 놀라울 따름이다.

양기대<정치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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