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엄격한 美「공무원 로비法」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28분


미국에서 전관예우라는 말에 가장 가까운 표현은 ‘회전문현상(Revolving Door)’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61년 고별연설에서 군산(軍産)복합체의 과도한 권력과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생겨난 개념이다. 군 장성들이 은퇴해 국방부 관리가 되고 국방부에서 물러난 뒤 방위산업체 간부로 들어가 군과 정부 그리고 군수산업간에 이해관계를 형성하면서 국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 연방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강력한 윤리법을 도입했다. 연방공무원 로비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전직 관료가 현직 동료에게 로비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 법은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된다. 전현직 공무원의 유착은 어느 분야에서건 국가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이 얼마나 엄격한지는 최근 리처드 홀브룩 유엔대사 지명자의 경우에서 잘 드러난다.

홀브룩 지명자는 국무부에서 퇴직한 뒤 민간 투자은행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96년5월 당시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대사에게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면담주선을 요청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인준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이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국무부의 동아태담당 차관보였던 윈스턴 로드는 “홀브룩이 직접 청와대에 부탁할 수 있었지만 레이니 대사에 대한 예의로 절차를 밟았던 것”이라고 변호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의 수사검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홀브룩은 유엔대사직의 장기 공석을 원치 않는 백악관의 종용에 따라 5천달러의 벌금을 내는 선에서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홀브룩의 경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법 위반소지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문제가 된 것이다. 국록을 받은 공복이 어떤 몸가짐을 가져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