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병기/검찰관행과 항명파동

  • 입력 1999년 1월 29일 18시 55분


한 조직에서 관행으로 여겨졌던 행위가 외부 환경(윤리적 기준)이 변하면서 갑자기 부도덕한 행위가 됐다. 대부분의 조직원이 이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행위 당사자만 비난할 수도 없다. 조직원들은 자신이 관련되지 않은데 대해 안도하고 당사자는 “왜 나만 문제삼느냐”고 항변한다.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사건과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 항명파동은 이런 식으로 상황을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가장 바람직한 것일까.

전 현직 법조계 인사들과 학자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역시 “잘못된 관행이 있어 왔음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답을 찾았어야 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문제가 된 떡값이나 전별금 관행이 있어 왔음을 검찰 수뇌부가 시인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차원에서 매듭을 풀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한 법학자는 “수뇌부의 대국민 사과나 스스로에 대한 징계, 새로운 윤리기준 논의 등이 먼저 나왔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처음부터 이 사건을 수임비리로 국한시키고 과거에도 그랬듯이 몇몇 관련자를처벌하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지으려했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다보니 잘못된 관행은 관행대로 남고 처벌받게 된 당사자들은 ‘운이 나빠서’ 나만 걸렸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

검찰의 자정(自淨)의지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안됐지만 이들의 설명과 지적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검찰은 2월1일 수임비리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참회의 말을 덧붙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돼버렸다.

이병기<사회부> 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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