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논평]이라크 반정부세력 ‘사분오열’

  • 입력 1999년 1월 4일 19시 59분


이라크가 유엔무기사찰단의 활동을 거부하면서 벌어졌던 지난해 12월 미국과 이라크의 충돌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여전히 미국과 중동질서에 도전적임을 잘 보여줬다. 그 뒤 미국과 영국에서 사담 정권의 전복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90년 이래 후세인 정권 전복을 목표로 이라크 내 반정부세력을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지원해왔다. 이 중 두드러진 것이 98년 10월 미 상원에서 통과된 ‘이라크해방법’이다. 이라크 내 적절한 세력들에 9천7백만달러를 지원한다는 것이 주내용.

그러나 반정부 세력에 대한 지원을 통해 후세인을 전복시키려는 전략은 반정부세력 내부에 알력이 있는데다 원조액수가 미미해 효과가 의문시된다. 또 후세인이 무너지면 쿠르드족과 이란이 그 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주변국들의 우려도 커다란 저해요인이다.

이라크 반정부세력은 92년 이라크 북부에 이라크국민회의(INC)를 결성했다. 주요 멤버는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KUP),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이슬람교도. 미국은 92∼97년 INC에 2천만달러를 지원했지만 KDP와 KUP는 서로 반목했고 시아파도 분열됐다.

이에 실망한 미국과 영국은 95년 집권 바트당 내 불만세력과 수니파에 눈을 돌렸다. 수니파는 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소수파이면서 1920년 이래 이라크를 통치하고 있는 세력. 바트당 내 불만세력과 수니파는 90년초 이라크국민화합(INA)을 만들어 정보부와 보안부서 출신의 불만세력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이 조직에 후세인의 스파이가 침투해 96년 군부내에서 모의하고 있던 반체제 계획이 드러나면서 수십명이 처형됐다. INA는 아직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권력 주변에 혈족과 믿을 만한 사람들이 배치됐기 때문. 가장 강력한 비밀정보기구 SSS의 지휘자는 후세인의 차남 쿠사이며 요원들은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지역 사람들로 충원된다. 또 집권 바트당의 정보기구는 후세인의 이복형제 바르잔 알 티크리티가, 민간정보경찰도 역시 친척인 타하 알 아바비가 수장이다.

후세인은 정적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대처했다. 82년 혁명동지인 알 바크르, 89년 아드난 카이랄라 국방장관, 96년에는 자신의 양자인 후세인 카멜과 사담 카멜을 처형했다.

후세인은 분리통치를 통해 파벌들을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게 만든다.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는 후세인의 이복형제 와트반 알 티크리와 바르잔과 경쟁하고 있다.

현재 권력핵심에서는 소외됐지만 군을 장악하고 있는 후세인 고향세력이 후세인정권을 전복하는 데 가장 알맞은 세력으로 보이지만 이들도 분열돼 있다.

서방은 8년 동안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후세인의 권력기반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후세인이 정보와 부를 독점하는 한 대중봉기의 가능성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이 무너진다면 또다른 야만적인 군사정권이 들어서거나 국가 자체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의 해체는 친미경향의 주변국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정리〓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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