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태수 ＡＤＬ한국지사장

반도체 통합법인 경영주체 선정작업을 맡았던 ADL의 정태수(鄭泰秀)한국지사장은 24일 “현대전자와 LG반도체 두회사 모두 훌륭한 반도체전문회사이며 각각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두 회사같은 2군의 회사들은 불경기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세계 반도체D램시장에서 선두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양사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사장은 특히 “자료가 불충분할 경우 중도에 얼마든지 판정불가를 선언할 수 있었으나 두회사 모두 충분한 자료를 확보해 균형있고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ADL측과의 일문일답 내용.

―현대전자가 경영주체로 적합하다는 것은 통합회사의 경영권을 갖는다는 것인가.

“ADL은 경영주체를 결정하기보다는 그 결정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입장에 있다. 통합회사의 경영주체가 확정되려면 경영권을 상대방에게 완전히 넘기는 형식의 합병을 하겠다는 양사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와 채권 은행단이 통합을 종용할 수도 있고 ADL이 제시한 대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양사는 제조장비 제조공정 등의 차이로 인해 통합이 어렵거나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고 통합 후엔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는 가장 먼저 통합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즉각적으로 제조시설이나 연구소를 통합해 시너지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하락한다는 가정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통합사는 점유율이나 매출액에 신경 쓰기보다는 감산 등으로 가격상승효과를 거둬 이익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이 회복되는 단계에서 통합이 필요한가.

“통합 필요성의 근거는 중장기 생존가능성이다. 통합을 안 했을 경우 두 회사는 생존가능성이 낮다. 또 시장이 회복된다는 전망도 너무나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전망을 갖고 사업의 운명을 거는 것은 이성적 경영자가 할 일이 아니다. 최근 마이크론의 64메가D램 증산 발표이후 내년 하반기 D램시장 회복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평가항목은 어떤 것이었나.

“D램업계의 절대 성공요인을 12개로 선정했고 이와 별도로 재무제표의 건전성 등 3개 사업성과지표를 선정해 모두 15개 항목을 평가했다.”

―ADL로서는 이후 어떻게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우리는 통합을 추천했고 또 현대전자가 통합법인을 리드하기에 적합하다고 지적함으로써 주어진 과제를 마쳤다. 우리의 결론을 받아들여 현대를 주체로 완전 통합할 것인가 하는 것은 양사와 정부에 달린 일이다. 통합이란 자발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강요되기도 하며 진행되다가도 취소되곤 한다. 다만 통합은 양사와 한국경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