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탄핵안과 미국민심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36분


클린턴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 그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급상승했다는 보도다. 뉴욕타임스와 CBS의 공동조사를 보면 클린턴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탄핵안 통과 이전보다 5%가 오른 73%로 나타났다. 탄핵을 주도해 온 공화당 지지율은 십수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제호황을 누리는 미국민의 안정희구심리 덕이지만 정치권 싸움질에 대한 ‘대중반란’일 수도 있다.

▼대통령 성스캔들에 대한 미국 민심은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일부 표출됐다. 클린턴 공격에 앞장서온 공화당의원들의 낙선이 그것이다. 선거참패후 정계를 은퇴한 전 하원의장 깅리치는 그런 민심을 읽었을지 모른다. 클린턴 탄핵을 다시 추진한 공화당 지도부는 또한번의 패배에 직면했다. 여론동향에 민감한 미국정치를 생각하면 탄핵재판이 상원에서 이루어질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클린턴 성스캔들을 지퍼게이트라 부르며 야당과 같은 입장을 보이던 주요 언론들도 최근 탄핵 대신 견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과오가 있었지만 대통령직을 사임해야 할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는 16일자 통단 사설을 통해 탄핵안을 부결시키라고 촉구했다.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은 초정파적 합의로 닉슨대통령을 사임하게 했으나 클린턴 탄핵의 경우 정치적 공격이라는 논지다.

▼포드와 카터 전대통령의 뉴욕타임스 공동기고문도 탄핵반대 여론에 한 몫 하고 있다. 기고문은 클린턴 개인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치제도가 심판대에 서는 것을 우려했다. 언론, 전직대통령, 여론을 원군으로 삼아 클린턴진영은 탄핵회피 협상에 나설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손상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미국민뿐만은 아닌 것 같다. 지구촌 안정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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