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특집]주택저당채권 유동화제도 내년 도입

  • 입력 1998년 12월 22일 19시 40분


‘주택저당채권 유동화중개회사 법안’이 10월말 입법예고됐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출자하는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가칭)가 내년까지 설립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주택저당채권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여 이를 기초로 증권을 발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주택저당채권유동화제도 도입의 밑그림은 완성된 셈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주택 수요자들은 낮은 이자율로 손쉽게 많은 융자를 받아 주택을 구입하거나 분양받을 수 있다.

회사원 김모씨를 예로 들어 주택저당채권유동화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본다.

▼담보부동산 가액의 70∼80% 융자〓현재 1억원짜리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아내와 의논해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김씨가 점찍어둔 신규분양 아파트 가격은 1억2천만원. 집을 팔아 아파트 분양대금을 마련해보려 했으나 집이 팔리지 않고 있다. 현금은 2천5백만원 밖에 없다. 계약금 2천4백만원은 보유 현금으로 치르고 잔금을 차차 마련하더라도 중도금이 문제다. 김씨는 7천만원 주택저당 융자를 받기로 했다. 주택저당채권유동화제도가 제대로 운용되면 담보부동산 시가의 70∼80% 가량 되는 금액은 너끈히 융자받을 수 있다.

▼유동화 증권 판매〓김씨는 자신의 집을 저당권을 설정해주고 A은행에서 7천만원을 빌렸다. 조건은 대출금리 연 13%, 20년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A은행은 김씨에 대한 주택저당채권을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에 넘기고 대출금리 연 12.5%, 20년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조건으로 7천만원을 빌린다.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는 저당권을 근거로 다시 상환조건과 수익률이 다른 다양한 형태의 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다. 외국인도 이같은 유동화증권을 살 수 있다.

▼모두 이득을 본다〓김씨는 A은행에 20년 동안 1백5만원의 원리금을 다달이 갚아 나간다. 김씨로서는 낮은 이자율로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득.

A은행은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에 마찬가지로 매달 1백2만원을 갚는다. A은행은 김씨에게서 받는 상환액과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에 넘겨주는 돈의 차액 3만원을 월수입으로 챙긴다.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는 주택저당채권 매입시 A은행에 대한 융자이자율과 증권수익률 간의 차이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게 된다.

투자자는 증권을 계속 갖고 있다가 명목상 수익률을 챙기거나 비싼 값에 되팔아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원리금을 갚지못하면 집을 경매에 부친다〓김씨가 실직이나 감봉을 당해 원리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투자자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가 원리금 지급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는 수많은 주택저당채권을 갖고 있어 A씨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김씨가 빚을 갚지 않으면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는 김씨의 집을 경매로 넘겨 남은 원리금을 회수한다.

A은행은 주택저당채권을 매각해 빠른 시간 안에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은행 부실화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주택저당채권유동화 제도가 정착하면 이처럼 어느 한 쪽이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자금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새 제도가 성공하려면〓이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지금같은 선분양제도(아파트 분양대금을 받아 집을 짓는 방식) 하에서는 전세 세입자가 전세금만 갖고 신규아파트를 분양받기는 어렵다. 전세금만 갖고도 새 집을 장만할 수 있으려면 집을 다 지어놓고 팔거나 분양해야만 가능하다. 제도 도입 초기에 전세 세입자는 전세금을 빼 집을 사 놓고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한국주택저당주식회사 같은 유동화중개기관이 높은 공신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외국인 투자도 유치할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저리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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