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음주운전 뿌리뽑자]『술마시면 양심도 마비』

  • 입력 1998년 12월 20일 20시 17분


서울의 간선도로나 지방의 한적한 국도를 지나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현수막이 있다. 다름아닌 뺑소니 교통사고의 목격자를 찾는 내용이다.

뺑소니 사고는 대부분 사망사고인데다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고를 당하면 순식간에 가정이 무너지고 만다. 뺑소니 사범을 ‘가정 파괴범’으로 분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뺑소니 사고가 늘고 있다. 94년 1만2백건에서 97년에는 1만8천건으로 3년만에 76.5%나 증가했다. 양심을 저버린 뺑소니 사고가 매일 49건씩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97년 한햇동안 뺑소니 사고로 숨진 사람은 7백79명. 또 2만9백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뺑소니 사고는 음주운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찰청이 올해 사고를 낸 뒤 도망갔다 검거된 교통사범을 대상으로 도주동기를 조사한 결과 음주운전이 28.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사고처벌이 무서워서(21.8%) △무보험(12.7%) △무면허운전(12.4%)의 순이었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6시∼자정 사이에 전체 뺑소니 사고의 42.8%가 발생했다. 또 자정∼오전 6시 사이에 30.3%가 발생, 야간 뺑소니 사고가 전체의 73.1%를 차지했다.

이는 야간의 음주운전과 뺑소니 사고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는 운전자가 달아나면서 2차, 3차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보행자도 술을 마신 뒤에는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 가해자의 입장에선 피해자가 술에 취한 경우 사고정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도주유혹을 느끼기 쉽다는 얘기다. 연말에 만취 상태에서 무단횡단을 하거나 택시를 잡기위해 길 한가운데로 나섰다가는 뺑소니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IMF체제에 들어서면서 무보험차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뺑소니 사고의 위험도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97년 9월 각 경찰서에 ‘뺑소니사건 수사전담반’이 설치된 뒤 뺑소니 사범 검거율이 현저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95년 55%에서 97년에는 61.3%, 올 상반기에는 81.4%로 높아졌다. 그러나 검거율이 1백%에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뺑소니 사범 검거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일본 정부가 뺑소니 사범을 파렴치범으로 간주, 경찰력을 집중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민들의 신고정신도 사건해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배희선(裵熙善) 경찰청 교통심의관은 “연말에 음주운전을 하다보면 교통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뺑소니로 이어지기 십상”이라며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뺑소니 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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