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우이웃에 작은 정성을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이 어느 때보다 춥고 쓸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각종 후원과 지원이 끊기거나 줄어든 데다가 따뜻한 정을 전하는 일반인들의 발길마저 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년 이맘 때 ‘IMF한파’가 닥쳤을 때보다 더 썰렁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울한 이야기다.

어느 사회에나 불우하고 소외된 계층이 있게 마련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는 주변의 훈훈한 정이 절실한 이웃이 너무 많다. 졸지에 나라 경제가 파탄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생활보호대상자 소년소녀가장 결식아동도 전에 없이 늘어나 그 숫자가 전국적으로 1백만명을 웃돈다고 한다. 일차적으로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동원해 적극 보살펴 나가야 하겠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구호사업이다. 따라서 정부는 정부대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민간단체나 국민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불우이웃을 돌볼 수밖에 없다.

너나없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때인 만큼 남을 돕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을 더욱 생각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졌다고는 하나 우리에겐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했던 때도 많았다. 불우이웃돕기는 우리의 오래된 미풍(美風)이다.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이웃을 돌보는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을 수는 없다.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정말 보람있게 사는 것이라는 공동체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이웃돕기에 열심인 것도 사실이다. 불우이웃돕기 TV프로그램에 빗발치듯 걸려오는 ARS전화가 하나의 예다. 딱한 사연이 전해질 때마다 시청자들의 눈길이 순간순간 바뀌는 모금 누계액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감동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런 분위기를 흐려놓는 부류도 없지 않다. IMF 이후 빈부격차가 더 커지는데도 주변을 외면하며 흥청대는 일부 부유층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은 아랑곳없이 혼자만 잘 살겠다는 그들의 눈 먼 이기심이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을 맥빠지게 하고 사회적 연대의식을 깨뜨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웃을 돕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그만큼 참된 보람을 되돌려받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사는 지난 2일부터 불우이웃돕기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탄과 연말을 맞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작은 정성’을 보냄으로써 훈훈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운동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 바란다. 불우이웃돕기는 사랑의 저축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