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수재능 살리려면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9시 46분


올 대학입시에서는 과학 문학 등 특정 분야의 영재를 뽑는 특수재능보유자 특별전형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 분야에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별도의 전형절차를 거쳐 선발하는 이 제도는 영재교육을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바람직하다. 현 입시제도는 모든 과목을 고루 잘하는 학생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학생들은 그동안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던 게 사실이다.

대학들이 특수재능 보유자를 선발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선발인원은 극소수였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대학들이 신입생 전형방식을 다양화하면서 급격히 늘기 시작해 이번 입시에는 1백3개 대학에서 5천1백64명을 뽑게 된다. 올 입시에서 맨먼저 특수재능 합격자 명단을 발표한 고려대의 경우 중학시절 영어소설로 문단의 주목을 받은 학생과 프로바둑 소년 소녀 유단자가 포함되기도 했다. 다른 대학에서도 다채로운 경력의 영재들이 다투어 입학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들이 특수재능만으로 당당하게 합격의 영예를 차지하는 모습은 과열과외로 얼룩진 입시풍토에서 신선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영재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선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입학 이후의 관리 문제다. 대학이 이들의 소중한 재능을 더욱 계발시켜 나라에 기여할 재목으로 키워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반 학생과는 다른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들이 특수재능학생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가령 문학분야 영재의 경우 학교수업 이외에 담당 교수가 문학과 관련된 지도와 상담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하는데도 학교측으로부터 별다른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상당한 지식을 쌓고 있는 영재들로서는 일반 학생보다 수준높은 수업을 원하는 데도 대학이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 가운데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문제 등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한다. 어린시절 ‘천재’가 대학생이 된 뒤 평범한 학생으로 전락한 예는 한 둘이 아니다.

특수재능 보유자에 대한 입학 문호는 대입 무시험 전형이 본격화할 2002학년도가 되면 획기적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대학입학 후 영재들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사전에 마련되지 않으면 대학이 그들을 받아들이는 의미는 전시효과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무시험 전형의 취지는 반감하고 영재교육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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