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공정위 석연찮은 제재

  • 입력 1998년 11월 19일 19시 16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고자동차시장에 가면 임시번호판도 떼지 않은 새 차를 중고가격으로 살 수 있던 때가 있었다. 대부분 자동차업체들이 직원들에게 강제로 떠안긴 것을 직원들이 2백만∼3백만원씩 손해를 보고 내다 판 차들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자동차업체들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19일의 공정위 조사 결과를 접하면서 석연찮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우자동차판매는 5월초 지역본부장회의를 통해 대우차를 사도록 사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드러나 19억3천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반면 삼성자동차㈜는 ‘자료제출 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1억2천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받았다. 직원들에게 차를 사도록 강요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이같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정위 직원들은 8월 삼성자동차 본사에 조사를 나가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입수했지만 삼성 직원들에게 팔을 비틀려 자료를 빼앗기고 말았다. 삼성자동차가 과태료를 내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삼성측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지도, 빼앗긴 자료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삼성그룹 4개 계열사가 삼성차를 산 임직원들에게 차량유지비 명목으로 9억6천여만원을 지원한 데 대한 공정위측의 조치도 이상하다.

공정위는 이를 부당내부거래로 규정했지만 이자만을 지원금액으로 보고 1억2천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이를 무상으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빌려줬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것.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공정위의 제재를 피하려면 팔을 비틀어서라도 증거를 빼앗든지, 무조건 우기는 것이 상책이라는 농담이 나돈다.

신치영(경제부)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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