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드림웍스, 「개미」소재 애니매이션 대결

입력 1998-11-05 19:17수정 2009-09-2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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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의력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이다.카젠버그가 독창적이었으면 좋겠다.”(디즈니와 함께 ‘벅스 라이프’를 제작한 픽사의 회장 스티브 잡스)

“디즈니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늑대소년이다. 허위주장을 하지만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다.”(‘개미’를 제작한 드림웍스의 대표 제프리 카젠버그)

개미를 앞세운 컴퓨터 애니메이션 전쟁이 뜨겁다. 7일 개봉하는 ‘개미’와 12월 선보이는 ‘벅스 라이프(Bug’s Life)는 공교롭게도 둘다 개미가 주인공. 이때문에 두 제작사는 서로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며 거북한 심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좀더 복잡하다. ‘개미’를 만든 제프리 카젠버그는 84년부터 10년간 디즈니사장으로 있으면서 쇠락해가던 디즈니만화 왕국을 다시 일으킨 인물이다.

그가 내부 불화 등으로 회사를 뛰쳐나와 스티븐 스필버그와 드림웍스 출범을 선언한 것이 95년 9월. 이때 이미 디즈니에서는 개미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를 기획중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두 회사가 ‘지적 재산권’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하는 것도 당연한 일.

두 회사의 사정이야 어떻든, 관객입장에서는 95년 ‘토이 스토리’이후 3년만에 3D(3차원) 컴퓨터애니메이션 영화를 한달 차이로 두 편이나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를 맞았다.

컴퓨터애니메이션이란 손으로 만화를 그리는 대신 컴퓨터로 그린다는 것이 기본적 특징이다. 마침 두 회사가 곤충을 소재로 한 만화를 택한 것도 컴퓨터 자체의 특성이 곤충처럼 각이 지고,기계적 동작을 하는 물체를 그리기 알맞았기 때문.

아무리 곤충이 사람 뺨치게 자연스럽게 보일 만큼 컴퓨터애니메이션이 발달하더라도 스토리는 역시 사람 머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개미’와 ‘벅스 라이프’의 두 주인공이 집단사회의 전형인 개미왕국에서 ‘일탈자’로 낙인찍혔다는 사실은 산업사회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이 세기말,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개미’의 Z―4195는 정신과 상담을 받을 만큼 ‘문제 개미’. 그러나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리는 사회에서도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 ‘벅스 라이프’의 플릭도 일 못하는 ‘열등 개미’지만 언제나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을 도와줘야 한다고 믿는다. 컴퓨터의 힘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나타난 이 미물들이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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