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한국과 이스라엘의 차이

  • 입력 1998년 10월 24일 19시 25분


22일 오전7시(워싱턴 현지시간) 마침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피말리는 중동평화협상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모두가 “이제 악수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가 불쑥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네타냐후는 미국에서 간첩죄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유태계 미국인 조너선 폴라드의 석방을 요구했다. 그는 석방이 이뤄지지 않으면 평화협정에 서명할 수 없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폴라드는 80년대 미 해군 테러방지센터의 정보분석관으로 일하면서 수천건의 국가기밀을 이스라엘에 건네줬던 사람.

11월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치적을 올리기 위해 협상에 뛰어든 클린턴대통령은 고심끝에 폴라드의 사면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양보카드를 내 평화협정을 살렸다.

폴라드사건은 그가 체포된 85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변함없는 현안이다. 클린턴이 사면검토를 약속한 것도 이번이 세번째. 번번이 국방부와 정보기관, 의회의 세찬 반대에 부닥쳤기 때문에 이번에도 석방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건 유태인들을 끝까지 챙기는 이스라엘의 집념이다. 폴라드와 똑같이 해군 정보분석관으로 일하던 중 10여건의 정보를 주미한국대사관에 넘겼다가 간첩죄로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김씨 사건을 개인의 빗나간 행동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외면했다.

조국이라고 해서 다 같지는 않다는 게 옥중에서 느끼는 김씨의 심사가 아닐까 싶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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