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비리 1만명 적발

  • 입력 1998년 9월 24일 19시 03분


정부 산하단체 임직원을 포함한 공직자 1만8백25명이 각종 비위사실로 적발됐다. 불과 두달간의 감찰활동에 걸려든 결과치고는 놀라운 규모다. 공직사회에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특히 복지부동과 무사안일로 적발된 사람이 2천1백85명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한 것은 개혁의 전위가 돼야 할 공직사회의 기강이 어떠한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공직사회 바로잡기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임을 절감하게 한다.

공직부패의 전형적 유형인 금품수수 직권남용 향응받기 등의 사례도 1천4백44건에 달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무거운 사안은 형사처벌과 함께 공직에서 추방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번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司正)이 고위직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행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5급 이하 중하위직이 96%를 점한 것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가 현저히 감소한 때문이라고 정부측은 말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그러나 혹시 ‘송사리’만 잡혔다는 인식이 공직사회에 만연한다면 사기저하나 냉소주의같은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과 국세청 병무청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의 직원이 많이 포함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특히 대민(對民)접촉이 많은 경찰의 경우 4천6백78명이 적발돼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파면 해임 면직 등에 의한 추방대상자도 전체의 63%나 된다. 사정의 본보기가 된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청와대와 감사원 검찰 군(軍) 안기부 등 핵심 권력 및 사정기관에 대해서도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공직사회 내부에서부터 정부의 감찰활동에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 단속이 중요하다. 과거 정권처럼 일과성으로 끝낸다면 사정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 단속은 공직사회의 풍토를 근원적으로 바꿔놓기 위해 꼭 필요하다. 또 공직비리는 인허가 권한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기준이 모호한 데서 부추겨지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해당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이 있는 규정이 많을수록 비리소지도 커진다. 불필요한 규제의 과감한 철폐와 명백한 권한범위 설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여당이 추진중인 부패방지법의 입법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지금의 형법과 특별법 체제로는 공직부패 예방과 처벌에 한계가 있다. 부패방지법안에 들어 있는 내부고발자 보호, 자금세탁규제 강화, 재산등록대상 확대 및 심사 강화와 수뢰공무원의 취업제한 등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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