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공황과 선진국 책임

동아일보 입력 1998-09-23 19:38수정 2009-09-2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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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미국 등 서방선진7개국(G7)지도자들이 세계경제회복을 위한 공동노력을 잇달아 제안하고 나선 것도 그같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시아경제위기가 곧바로 세계경제위기로 번지는 글로벌경제체제에서는 주요국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오늘의 이 위기극복은 어렵다.

그럼에도 뉴욕 미일(美日)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 것은 유감이다. 애당초 큰 기대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회담은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호협조를 다짐하는 수준에 그쳤다.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는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금융개혁과 내수진작책을 내놓지 않았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도 세계경제회생을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지금 미 일 등 경제대국들이 해야 할 일은 시시각각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세계공황에 대한 우려표시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 제시와 즉각적인 행동이다. 그 핵심은 선진국들의 금리인하를 통한 세계경기의 부양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출자금 증액, 아시아 기업들에 대한 외채 탕감, 일본의 내수진작, 미국 수출입은행의 개도국 지원 등일 것이다.

지금부터 한달이 세계경제의 위기탈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고비다. 우선 G7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가 내달초 미국에서 열린다. 곧이어 G7정상회담이 열리며 G7과 한국 등 15개 개도국이 참여하는 G22회담도 추진중이다. 이같은 일련의 회담에서는 선진국들의 공동금리인하문제 등 세계경제위기 타개방안과 새로운 국제금융체제의 구축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오늘의 세계경제위기는 본질적으로 현대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불안정성과 국제 핫머니의 금융질서 교란탓도 크다는 점에서 기존의 국제금융감독체제로는 수습에 한계가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신(新)브레턴우즈체제의 설립을 주창하고 나선 것이나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IBRD) 등의 체제개편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주요 선진국들은 세계금융체제의 개편을 통한 단기자본거래의 적절한 규제, 단계적인 자본이동 자유화, 민간채권금융기관의 역할강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같은 제안과 논의가 아니다. 미국부터 금리인하와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구축에 앞장서고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추가출연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무역적자 감수도 빈말로 끝나서는 안된다. 일본도 보다 과감한 내수확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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