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칼럼]홍정표/印尼 하비비정권의 과제

입력 1998-09-13 19:50수정 2009-09-2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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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인도네시아에서는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경제파탄에 불만을 품은 대규모 소요와 폭동이 발생해 외국인 거주자들이 긴급 대피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었다. 이로 인해 32년 동안 장기집권해온 수하르토 대통령이 전격 사임하고 바차루딘 주수프 하비비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었다.

하비비정부가 출범할 당시엔 국내외에서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외국 언론들은 하비비대통령의 입지에 대해 비관론을 펴기도 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대학생들이 하비비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소요사태가 간헐적으로 이어져왔다. 그러나 취임 1백여일이 지난 지금 하비비대통령은 당초의 우려를 씻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교적 원만하게 국정을 수행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하비비대통령과 위란토국방장관이 지원한 사람이 집권 골카르당의 총재로 당선되는 등 정치기반이 현저히 강화됐으며 군부 내부의 세력 판도도 하비비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 하비비대통령은 또 정치개혁 일정과 인권신장을 위한 제도 등 국가신인도 제고를 위한 여러 대책을 제시해 국내외 특히 해외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하비비정부가 당초의 과도적 이미지를 탈피해 난국을 성공적으로 수습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비비대통령과 인도네시아의 앞날에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하비비대통령은 정치개혁과 IMF관리체제 아래의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 한다. 또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이 따르는 경제개혁 조치들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정치 사회 안정을 확보해야 하는 모순된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지난 30여년간 연 평균 6.8%의 고도성장을 지속했으나 현재의 경제위기로 인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작년 7월 외환위기가 시작된 이래 루피아화 폭락, 실업률, 인플레율 등 전반적 경제지표가 크게 악화됐다. 금융분야의 구조적 취약성과 상당수 기업의 부실화, 대규모 외채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한 급증하는 빈곤층, 노동자파업 등의 사회불안 요소와 대량실업 고인플레 등의 경제적 요인, 혼미한 정치정세가 합해져 앞으로도 국지적 산발적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월과 같은 대규모 사태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이곳 외교가의 일반적 전망이다.

현재 하비비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비비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정치개혁 일정(11월 국민협의회 특별회의, 99년5월 총선, 99년12월 대선)에 따라 정국 운영을 주도하려 할 것이다.

세계4위의 인구를 보유한 방대한 시장과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인도네시아가 경제위기를 원만히 극복,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외국에 더욱 매력있는 시장과 투자대상이 되길 빌어본다.

홍정표<주 인도네시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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