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성로 상가번영회-노점상,상권싸고 마찰

  • 입력 1998년 9월 8일 12시 43분


대구 도심 최대의 상권인 중구 동성로 일대에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동성로상가번영회 소속 상인들과 최근 이 일대에서 급속하게 늘고 있는 노점상들의 마찰과 갈등이 한계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 실 태

‘대구의 명동’으로 불리는 동성로(대구역∼대구백화점∼중앙파출소)와 주변 도로 일대에는 현재 손수레 등 이동형 노점과 고정형 노점등 3백여 노점이 불법 영업중이다. IMF한파로 올들어 노점상이 20%가량 늘어났다.

6일 오후 8시경 대구역에서 중앙파출소에 이르는 거리 곳곳에는 상인들이 확성기로 손님들을 부르는 소리와 음반판매상들이 틀어놓은 팝송 등으로 대화를 나누지 못할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

또 거리 곳곳에는 쓰레기뭉치가 나뒹굴고 있었고 최근 새롭게 조성된 ‘보행자전용도로’인 대구백화점∼중앙파출소 구간에는 노점상 10여군데가 도로 한복판을 차지한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동성로 일대 노점 영업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화분은 대부분 쓰레기더미가 쌓인 채 길 한복판에 방치되고 있었다.

특히 옛한일극장∼대구백화점구간에는 50여군데의 노점상들이 도로 중앙과 가장자리를 차지, 시민들이 보행하는데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

▼ 동성로 번영회

이들은 지금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대구시와 중구청 및 경찰에 노점상 단속을 요구해 왔으나 한차례도 제대로 단속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이곳 노점상들이 H회 S회 등 친목단체를 결성, 조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며 노점에 일련 번호(호수)를 지정, 당국으로부터 합법적인 영업활동을 보장받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

여기에다 대부분의 노점들이 수백만원의 웃돈(프리미엄)까지 얹어 거래되는 등 기업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국이 동성로의 노점 근절에 대해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세금납부 거부운동이나 번영회명의의 노점설치 등 집단 행동에 나설 태세다.

▼ 노점상 연합회

노점상들은 “동성로일대의 상당수 업소들이 노점상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거나 자리세 등을 받고 있으며 일부 업소들은 가게앞에 노점을 설치, 장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IMF사태로 실직자들이 손수레를 몰고 나와 생계비를 벌고 있는데 당국이 마구잡이 단속에 나설 경우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들은 하지만 쓰레기 등을 자율적으로 처리, 거리를 깨끗이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 행정당국

대구 중구청은 경찰과 합동단속반을 편성, 8일부터 동성로 노점에 대한 일제 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일대 노점상 조직이 워낙 뿌리깊은데다 단속에 대한 저항과 마칠이 심해 단속공무원들은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

도시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도심 노점의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 △업소 수를 제한하고 크기와 형태 등을 정비, ‘거리의 명물’로 육성하거나 △이면도로 등으로 장소를 옮기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용균기자〉jyk061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