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미룰수 없다①]음성적 로비 막으려면…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53분


우리나라는 ‘로비왕국’이다. 국회의원은 기업 입장에서 행정부처 공무원 다음으로 중요한 로비대상이다.의원에 대한 로비는 노골적인 청탁성 로비와 나중에 긴급상황 발생시 우군을 만들기 위한 보험성로비로 나뉜다.

기업로비의 핵심은 해당 상임위 위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 상임위 배정 때만 되면 의원들이 노른자위 상임위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들은 보통 해당 상임위 위원들과 평소 골프 등을 통해 인간관계를 맺은 뒤 사안이 발생하면 금품을 매개로 한 노골적인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것을 보통 ‘골프를 세게 친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한보수사와 IMF 한파를 거치면서 ‘로비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청탁성 로비는 줄어든 대신 뒷날을 기약하는 보험성 로비가 주를 이룬다는 것. 이 경우 정치자금은 후원금 형태로 적법하게 건네지며 액수도 소액단위로 분산 입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에 후원회를 열었던 모 중진의원은 “후원금중에 1천만원이 넘는 경우가 몇건 있었다”면서 “뇌물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모두 돌려줬다”고 말했다.

최용석(崔容碩)변호사는 “음성적인 로비를 막기 위해서는 상임위 표결을 공개하는 기록표결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또 로비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의원들이 자신들의 사업과 관련이 있거나 당선 이전에 일했던 업체와 관련이 있는 상임위에 배정받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로비스트법’을 제정, 음성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로비활동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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