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최화경/정신차려야 할 농구협회 어른들

  • 입력 1998년 8월 9일 20시 36분


동주여상 농구선수 최송임. 그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농구를 하기위해 대만으로의 귀화까지 결심해야 했던 최송임. 그의 처지는 한국여자농구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98한국여자농구 여름리그가 열렸던 6일 사천 삼천포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풀죽은 모습이었다. “여기서 농구를 하고싶은데 오라는 팀은 없고…. 식구들과 떨어져 있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 태산같아요. 그래도 갈 곳 없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다행이죠, 뭐.”

초등학교 4,5학년때부터 오직 농구만 해온 선수들. 여고시절의 유일한 희망은 실업팀 입단이다. 그 희망이 무산될 경우 형편이 나은 선수는 집에서 빈둥대기라도 하지만 어려운 선수는 돈을 벌어야 한다. 갈 곳은 뻔하다.

내년 봄 여고졸업예정 농구선수는 85명. 이중 실업팀에 몸담을 수 있는 선수는 단 3명뿐이다.

원인은 지난해 말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파동. 13개이던 실업팀이 5개로 줄었다. 남은 팀도 사정이 어려워 여고선수를 더 뽑아달라고 떼를 쓰기도 어렵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강건너 불구경 보듯 했던 ‘어른’들의 모습. 지난해 말과 올해초 실업팀이 연달아 문을 닫을 때 대한농구협회의 어느 누구 하나 해체를 막기위해 발품을 팔지 않았다. 길거리로 내몰리는 선수들에게 누구도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작년 농구대잔치 체육관 사용료도 내지 못할 정도로 살림이 어려운 마당에 최근 끝난 세계남자선수권대회(아테네)엔 단장이다 회의대표다 하며 몰려갈 정도로 눈치가 없는 이들이 바로 협회의 ‘어른’들이다.

산고 끝에 막올린 98한국여자농구 여름리그가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 기회에 여자농구 활성화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팀을 다시 늘려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다.

또다른 최송임이 나온다면, 그건 바로 ‘어른’들의 책임이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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