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호우]물빼고 흙퍼내고…민관군 「구슬땀」

  • 입력 1998년 8월 7일 19시 42분


언제까지 하늘만 원망하고 있을 수는 없다. 폭우는 멈췄지만 복구의 땀방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습폭우로 온통 물바다를 이뤘던 서울과 파주 강화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7일 공무원 군인 등과 함께 어지럽게 널린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집안에 고인 물을 퍼내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복구지원이 중심지역에만 집중되고 양수기 등 중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일부 외곽지역에선 복구작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서울지역

폭우로 매표소 천장까지 물이 차 올랐던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에선 7일 새벽부터 복구작업이 시작됐다. 작업을 담당한 소방관 공무원들의 작업복은 모두 흙탕물에 젖어 붉은색으로 변했고 구슬땀이 온몸을 적셨다.

소방교 정면두씨(44·도봉소방서)는 “이틀째 집에 못들어갔다. 수해지역이 워낙 넓어 복구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6일 오전10시경 물이 빠지면서 복구작업이 시작된 동부간선도로의 경우 도로위에 쌓여있는 토사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7일 월계역 앞 하행선 도로는 굴착기 등 중장비가 동원돼 가로등을 일으켜 세우고 제방을 복구하면서 차츰 제모습을 찾아갔다.

서울시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노원구 상계동 주민 1천여명은 인근 수락초등학교에서 6일밤을 지새운 뒤 7일 오후 햇빛이 나자 젖은 가재도구를 말리고 집 안팎을 청소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수백여채의 주택이 침수됐던 노원구 공릉1,2동과 지하실 등이 침수됐던 강동구 암사2동 길동 등 저지대 주민들도 ‘물빼기 작업’을 마치고 집안 청소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번 비로 지하실이 침수된 5천9백71동에 대한 배수작업이 마무리되는 즉시 분무기를 이용해 가구당 3회이상씩 소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각 대피소에 대피중인 이재민을 대상으로 장티푸스 등 예방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재민들에게는 모포 생필품 양곡 운동복과 라면 우유 등 구호식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10일까지 침수가옥에 대한 가전제품 무료수리를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특히 중랑천제방 양쪽에 길이 15∼50m, 폭 5∼10m 규모로 마대를 쌓아 추가 범람에 대비했다.

▼ 파주지역

도시전체를 휘감았던 흙탕물이 썰물처럼 빠지자 ‘수중도시’ 파주는 황토빛으로 채색된 폐허의 모습으로 다시 형체를 드러냈다.

7일 오전부터 피해지역 곳곳에서 복구작업이 시작됐지만 피해규모가 엄청난데다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전부터 육군 제1570부대 등의 군인 1천6백여명이 중장비와 함께 파주시의 피해지역에 투입돼 제방을 정비하고 가옥을 수리하는 등 신속한 피해복구 작업에 나섰다.

굴착기 등 40여대의 중장비가 동원됐으며 한국민간구조단과 적십자부녀회, 삼성 3119구조단, 경기도 여성협의회도 수해복구에 동참했다.

지하상가는 7일낮까지도 물이 빠지지 않아 천장까지 찬 흙탕물을 양수기로 퍼냈고 안산 군포 이천 수원 성남 등에서 지원나온 119소방대가 지하상가 배수작업을 도왔다.

그러나 피해 복구지원이 상가가 많은 시내에만 집중돼 외곽지역에 대한 지원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 시민은 “지하 연립주택이 물에 잠겨 재해대책본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식수와 라면이라도 있어야 버틸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 강화지역

인천 강화군에선 7일에도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는 민관군의 합동 수해복구작업이 계속됐다.

이날은 다행히 비가 조금밖에 내리지 않았고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물이 빨리 빠지자 주민들은 크게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소방차 10여대를 동원한 밤샘 물빼기 작업으로 중심가인 강화읍 중앙시장내 상가에 괴었던 물이 빠지면서 흑탕물에 젖은 가구와 가재도구 등을 세척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벌였다.

육군 야전공병단 소속 장병 1백50여명과 굴착기 등 중장비 20여대가 복구작업에 추가동원돼 작업이 빠른 진척을 보였다. 야전공병단은 이날 오전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즉각 복구작업에 나섰다. 육군 17사단 소속 3백여명의 장병과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전경 2개 중대 70여명, 해병대 소속 2백여명의 장병들도 동원됐다.

군관민 등 5천여명은 불은면 삼성리 농도원저수지의 제방복구와 강화읍 신문리 일대의 산사태 피해지와 중앙시장 인근 침수 상가 등의 복구작업에 힘을 모았다.

또 인천시 새마을부녀회와 자원봉사자 3백여명은 이재민에 대한 무료급식과 거리청소작업을 도왔다.

이재민은 7일 현재 10가구 20여명으로 전날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저지대인 강화읍 갑곶리의 농경지에 괴었던 물도 빠졌다.

그러나 산사태피해가 극심했던 신문리 일대 1천5백여 가구 등에는 아직 전기 전화 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급수차가 동원되고 주민들이 계곡물에 몸을 씻는 등 완전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재민 이윤모씨(65·강화읍 신문리)는 “산사태지역 대부분이 피해정도가 심하나 진입로가 좁아 중장비의 진입이 어려운 점 등 수해복구작업에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 의정부 동두천지역

폭우가 한풀꺾인 7일 공무원 경찰 군인 소방대원 등 3천70여명이 이른 아침부터 복구작업에 비지땀을 흘렸다.

특히 주택30여채가 파괴된 가릉3동 안골유원지에는 공무원 주민 등 8백여명과 굴착기 7대, 덤프트럭 10대 등이 투입돼 건물잔해를 걷어내고 하천토사와 쓰레기 등을 치웠다.

또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연결하는 지하도로 4군데에선 소방차를 동원해 물 퍼내기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중랑천변 일대 신곡1동, 의정부3동, 호원동 등 신흥 고층아파트의 지하실침수는 대형 양수기의 부족으로 총43개동 중 2개동의 물만 완전히 뽑아낸 상태.

재해대책본부는 “대형 양수기가 없어 아파트 지하의 물을 완전히 퍼내기 위해서는 사흘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굴착기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부족해 하천과 도로에서 걷어낸 토사와 건물잔해를 옮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90㎜이상의 비로 또다시 내린 동두천시는 시내를 통과하는 신천이 다시 범람할 것에 대비해 중장비를 동원, 유실 가능성이 높은 제방을 보완하는데 온힘을 쏟았다.

신천 범람으로 인해 침수된 부산동과 상패동 일대에선 군 경찰 등 3백여명이 물이 빠진 도로를 정비하고 쓰레기를 치웠다.

왕숙천 지류의 범람으로 면지역 대부분이 침수돼 군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내촌면에는 공무원 군인 등 3백70여명이 투입돼 물흐름을 막았던 다리를 철거하는 등 복구작업에 땀을 쏟았다.

이날 새벽 폭우로 무너진 신북면 가채리 수어천 제방도 이날 재빨리 원상복구해 더 이상의 침수를 막았다.

<서정보·하태원·이승재·박정훈 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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