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부평 「나무할아버지」정기만씨

  • 입력 1998년 6월 26일 08시 44분


“자연이 파괴되면 사람이 살 수 있나. 자식은 사랑하면서 자연은 왜 아끼지 않는지 모르겠어….”

인천 부평구 부평2동에는 유난히 은행나무가 많다. 아파트단지나 주택가 골목길 빈터마다 자라고 있는 이 은행나무는 대부분 정기만(鄭基萬·70·부평구 부평2동)씨가 심은 것. 정씨는 70년대 후반 인천 서구 백석동에 조성된 지체부자유자 거주시설 20여가구에 은행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준 것을 계기로 ‘나무 할아버지’가 됐다.

정씨가 묘목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빈병에서 나온다. 아침마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빈병을 모아 부평2동 공동묘지 옆에 차곡차곡 쌓았다가 매년 식목철에 한꺼번에 팔아 은행나무 묘목을 구입해왔다.

정씨는 올해 식목일에도 빈병을 판 돈 17만원과 건설현장의 허드렛일로 모은 13만원 등 모두 30만원으로 마을 노인정 등에 잣나무 1백그루를 심었다.

정씨는 “내가 심은 나무를 보면 마치 자식을 대하는 것 같다”며 “힘이 닿는데 까지 이 일을 계속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park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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