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과제 실천이 문제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18분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국정과제를 확정해 시행에 들어감으로써 국가행정 전반에 걸친 개혁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획예산위원회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작성한 이번 계획은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향후 실천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과거 정권들이 ‘의례적’으로 내놓던 장밋빛 설계차원이 아니고 국난극복을 위해 고통스럽지만 필수적으로 개선해야 할 내용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결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국정과제 추진안은 경제 정부 사회 미래 등 4개부문에 걸쳐 10대 전략, 1백대 과제, 9백여개의 실천과제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올 하반기에 도입하겠다는 정책실명제는 주목할 만하다. 정책의 입안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걸쳐 관련 공직자의 이름이 기록 보존된다는 것은 정책의 실패를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국정에서 중대한 실책이 발생해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빠진 과거의 경험 때문에 이 제도의 실천은 더욱 강조된다.

이번에 발표된 국정과제 추진계획은 특히 공급자에 해당하는 정부위주로 짜지 않고 수요자인 국민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실천과제마다 시한을 매기고 담당부서의 과단위까지 명시해 사후관리를 하겠다는 것도 정부가 스스로 족쇄를 채워 실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실시해 왔지만 정부가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는 역대 정부가 계획만 거창하게 세우고 끝마무리에 소홀해 실패한 사례를 무수히 보아왔다. 지난 정권의 신경제 5개년계획은 수없는 변질의 과정을 거치다가 급기야 마지막 해에 환란을 불러오지 않았던가. 우려되는 것은 이번 정부의 계획 가운데도 예민한 이해관계에 얽힌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린벨트 개선방안, 금융기관 소유구조개선안, 법조비리 근절대책,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이해 당사자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추진과정에서 방향이 왜곡되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여론수렴 과정이 사전에 없었던 것은 유감이다. 향후 당사자를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넓혀가는 노력과 함께 추진과정에서 문제점을 보완해가는 유연한 자세도 필요하다.

계획을 잘 세웠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실천이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과제의 실천을 독려함으로써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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