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녕/「촌지거절 우대」 난센스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촌지를 갖고 오라는 광고라도 내야겠군요. 도대체 기가 막히고 교사하기가 싫어집니다.”

“오히려 코미디에 나올 만한 소재이지 않아요. 당연한 일 했다고 우대하고 성과급을 준다니….”

“학부모들이 촌지 주는 걸 전제로 거절한 교사를 우대한다면 계속 주라는 얘깁니까.”

교육부가 촌지 거절교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인사상 우대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뒤 기자의 전자우편함에는 독자들의 항변이 쏟아져 들어왔다.

가시 돋친 말도 많았고 교육부의 발상을 강도높게 비판하지 않은 것을 꾸짖는 지적도 많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학교사회의 불신을 초래하는 탁상공론”이라고 비난했다.

옳은 지적들이다. 교육부도 이를 인정했다.

교육부는 보도가 나간 뒤 교원들의 항의와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뒤늦게 12일 해명에 나섰다.

일선학교의 우수사례를 소개한 것 뿐인데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해명이었다.

해명이 석연치는 않지만 교육부의 설명처럼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촌지거절교사를 우대한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교육부는 이해찬(李海瓚)장관 부임 이후 의욕적으로 갖가지 교육개혁조치들을 단행하고 있다. 촌지나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특히 그랬다.

이 과정에서 의욕이 지나쳐 잡음이 빚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경우도 어떻게 보면 과욕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개혁이 절실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교육개혁 과제들은 그리 쉽게 단칼에 해결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진녕<사회부>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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