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茶山의 공직자론

  • 입력 1998년 5월 20일 19시 36분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청렴도에 따라 공직자를 세가지 부류로 나누었다. 나라에서 주는 봉급만으로 사는 공직자, 나라가 주는 녹 외에도 명분만 있으면 백성이 주는 것을 받는 공직자, 백성을 들볶아서 뇌물을 챙기는 공직자. 물론 세번째 부류가 가장 고약한 부패공직자다.

▼다산은 또 “현명한 수령은 관아를 여관으로 여겨 마치 이른 아침에 떠나갈듯이 문서를 깨끗이 해두고 그 행장을 꾸려두어 항상 가을 새매가 가지에 앉아 있다가 훌쩍 떠나갈듯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벼슬자리를 ‘자고나면 길 떠나는 여관’으로 여기는 공직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다산은 학문뿐만 아니라 공직생활에서도 당대의 사표(師表)였다.

▼김정길(金正吉)행정자치부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으로 몇달 일해보니 공무원들이 집단이기주의로 뭉쳐 눈에 보이지 않는 교묘한 방법으로 개혁에 저항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그는 “정부의 산하단체가 필요 이상 많은 것도 공무원들이 퇴직 이후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일부 공무원들과 적(敵)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공무원과의 전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에 대해 공직사회 일부에서는 “표현이 지나치다”는 말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장관의 발언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개혁의 실천이다. 특히 고위직 공무원들이 퇴직 후 산하단체에 재취업해 연금과 월급을 동시에 받고 있는 현실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급직은 국민을 들볶아 뇌물이나 챙기고, 고위직은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면서 퇴임 후의 갈자리 찾기에만 정신을 팔고 있으니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김차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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