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印度 핵실험 파문

  • 입력 1998년 5월 12일 19시 24분


인도가 24년만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해 국제사회의 충격과 우려가 크다. 당장 인도와 갈등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이나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데다 국제사회의 핵 규제장치가 풀려 또다른 핵 경쟁시대로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적지 않다.

인도정부는 70년부터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96년 유엔을 통과했으나 비준국 부족으로 아직 발효요건을 갖추지 못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불평등성을 이번 핵실험의 당위론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이른바 핵클럽 5개국에 대해서는 핵보유의 기득권을 인정하면서 여타 국가들에는 핵개발을 제재하는 차별적인 조약에는 응할 수 없다는 것이 인도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물론 비핵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인도처럼 핵클럽 5개국에 불만을 품고 반발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인도의 핵실험을 정당한 것이 아닌,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 인류 공멸의 무기인 핵의 확산만은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냉전체제가 종식된 지금 국제사회는 반목과 대결의 시대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리적 군사력으로 패권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따라서 인도정부가 아무리 핵차별 거부니 자위수단이니 하며 핵실험 명분을 내세워도 이해해 줄 나라는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인도의 핵실험에 제재조치를 취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핵 안정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우선 파키스탄 등 인도 주변국가들이 핵 긴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서남아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핵개발에 나서면 그 파급효과는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핵개발 유혹을 받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국제적인 핵감시 장치를 더욱 철저히 가동해야 한다. 특히 핵강국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들이 핵독점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핵무기를 과감히 줄여가지 않는다면 비핵국가들을 설득할 수 없다.

남북한은 이미 91년12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또 북한이 미국과 핵동결을 약속한 94년의 제네바합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여전하다. 한반도가 핵무기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다. 인도의 핵실험과 그 파장을 예삿일처럼 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기회에 국제적인 핵확산 방지장치가 더욱 효과적으로 보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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