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손호철/지자체 후보선정 문제있다

  • 입력 1998년 5월 11일 19시 46분


환란 책임 공방으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6월4일 지방선거와 관련해 차분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정당민주화와 관련된 각 당 후보들의 선정 과정이다.

▼ 與 낙하산식 후보 실망 ▼

이제 50년만에 선거에 의한 여야간의 정권교체까지 이루어졌고 한국정치에 남아 있는, 어쩌면 마지막 성역이 있다면 그것은 정당이다. 사실 한국의 정당은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정통 야당까지도 1인 보스에 의해 좌우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반민주적이고 전근대적인 조직으로 남아 있다. 사당정치 보스정치 밀실정치를 특징으로 하는 이같은 낡은 정당정치는 정권교체에 따른 자칭 ‘국민의 정부’ 출범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의한 사회전반의 총체적인 구조개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이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퇴임으로 절대강자가 사라진 야권에 비해 양김이 버티고 있는 여권이 오히려 더 심한 것 같다.

그 대표적인 것이 ‘4·2’ 보궐선거였다. 당시 충격적이었던 것은 일부 선거구의 경우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반도덕적인 인물이 아직도 국회의원 후보로, 그것도 ‘국민의 정부’의 후보로 등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즉 밀실공천의 관행은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 정부’ 뒤에는 ‘국민의 정당’과는 거리가 먼 ‘보스의 정당’이 그대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최소한 지방선거 후보들은 경선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낙하산식 영입이다. 하루 아침에 영입하기로 했던 당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영입한 여권의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후보, 나아가 한광옥(韓光玉)국민회의부총재가 경선을 외치며 저항했던 서울시장 후보는 주민들이나 당원 대의원들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당지도부가 후보로 결정해 영입한 사람을 대의원들은 그저 거수기처럼 체육관 선거로 추인할 따름이다. 그 결과 ‘6·4’ 지방선거의 ‘빅3’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의 여권후보를 모두 김전대통령의 핵심각료들과 측근이 차지함으로써 정말 정권이 바뀐 것인지 의아해지게 한다. 또 그간의 평판과 달리 김전대통령이 새 정권까지 탐내서 영입할 사람들을 골라 쓸 정도로 인사에 능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들게 한다.

경선 결과 의외의 결과가 나타난 국민회의의 광주시장 부천시장 안산시장 후보 등과 호남출신이 너무 많이 선출된 서울시의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문제만 해도 그렇다. 중앙당이 지지하는 후보, 개혁적 후보가 떨어지고 ‘호남 패권주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자 중앙당이 공천심사위를 구성해 문제가 있는 지역에 대해 후보 재선출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물론 경선과정에서 금품살포 등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이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다. 또 현재의 한국정치수준에서 경선은 지방토호나 조직이 강한 향우회 관계자의 득세를 초래하고 오히려 개혁적인 후보가 낙마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당지도부가 후보선정을 새로 하는 것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 경선과정 민주화할때 ▼

오히려 해결책은 경선과정을 근본적으로 민주화하는 것이다. 즉 대의원 매수 등 경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의원수를 대폭 확대하거나 미국식으로 소수 대의원들이 아니라 지역당원들이나 주민들이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나아가 선거법 정당법 등을 고쳐 이처럼 당내 공천과정을 민주화하지 않는 정당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안’에서의 그리고 ‘풀뿌리’에서의 민주화가 없는 민주화는 사상누각의 거짓 민주화일 뿐이다.

손호철<서강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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