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시 상암구장이다

  • 입력 1998년 5월 3일 19시 32분


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 문제에 대한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 정부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다는 지난달 17일의 관계장관회의 방침에 따라 상암 잠실 인천 3개 후보지에 대한 실사 및 타당성 조사작업을 지난주 마무리했다. 최종 결정은 빠르면 이번주 중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 주재로 열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리게 된다.

올해 초 정권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이 문제는 처음부터 시간을 오래 끌 사안이 아니었다. 여러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해답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실사작업이 진행된 지난 2주일여 동안에도 상암구장 신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 기간중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70%가 상암구장 신축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 건축계 회계전문가 등 관계 인사들로 구성된 실사팀에서도 경제성 대외신인도 안전성 면에서 상암구장 신축방안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 상암구장 신축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월드컵 주경기장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뭔가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지 않느냐는 의혹마저 불러일으켰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한 예산 절감 차원에서 출발한 주경기장 논란이 지역이기주의라는 의외의 방향으로 확산된 책임도 정부는 면할 수 없다.

월드컵 주경기장을 서울에 짓느냐 인천에 짓느냐를 놓고 자칫 두 지역간 갈등 양상이 우려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우리의 월드컵 개최능력에 회의적인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외국의 한 스포츠도박회사가 최고 1조원까지 주경기장 건설비용을 대겠다고 내놓고 나선 것은 비록 선의의 제의였다고 하더라도 국가적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월드컵 주경기장 문제를 놓고 정부가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정책에 혼선을 초래한 결과는 유형 무형의 피해로 남았다.

2002년 월드컵은 이제 4년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에 임하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 형편이다. 정부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상암동 주경기장 신축으로 빨리 결론을 내려 불필요한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월드컵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정부와 월드컵조직위원회, 개최도시 사이의 일사불란한 팀워크가 필수적이다. 이번 최종 결정을 계기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월드컵 개최의지를 보일 때 국민적 협조체제가 굳건해지고 국제사회도 신뢰를 보낼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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