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현진/변호사는 「세금 무풍지대」

  • 입력 1998년 3월 26일 20시 33분


샐러리맨들은 월급명세서를 들여다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 소득이 유리속처럼 들여다보여 연간 5백만∼1천만원을 예외없이 근로소득세로 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푹 줄어든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샐러리맨들은 더욱 심한 박탈감을 느낀다.

새 정부는 이같은 위화감 해소를 위해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세수 강화를 부르짖었다. 또 국세청은 26일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에게 적용하는 표준소득률을 대체로 5∼20% 올려 소득세를 더 내도록 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업종인 변호사는 사정이 다르다. 표준소득률 인상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측은 공식적으론 “최근 3년간 변호사들의 표준소득률을 인상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 공무원들조차 뒷전에선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변호사의 경우 소송의뢰인들이 세금계산서를 끊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며 “변호사들이 벌어들인 만큼 세무서에 신고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회는 19일 재경위에서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방안을 백지화했다. 이번이 두번째 ‘혜택’인 셈이다.

고통분담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나온 국회와 세정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설득력이 약하다.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덜 내면 일반 서민들이 그만큼 세금을 더 낼 수 밖에 없다. 최근 3년 사이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갑종근로소득세가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우울한 소식이 바로 그 얘기다.

IMF의 무풍지대를 없애는 것이 현 위기를 극복하고 새 정부의 개혁의지를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변호사는 여전히 무풍지대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박현진<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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