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가사면 신중해야

  • 입력 1998년 3월 20일 20시 08분


국민회의가 5월3일 석가탄신일에 시국사범의 추가석방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보도다. 3·13 특별사면때 시국사범의 석방이 미흡했다는 여론이 있고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도 추가사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같은 국민회의의 입장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회의가 말하는 시국사범은 이른바 ‘양심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심수의 의미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란이 있어 왔지만 국민회의측이 어떤 기준에 의해 양심수 석방폭이 ‘미흡했다’고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불과 한달반만에 다시 사면을 해야 할 요인이 새로 발생했다는 것인지, 지난번 특사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정치적 이념이나 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 이념 목적을 위해 국가전복활동을 했거나 폭력 살상 기물파손 등의 수단을 사용했다면 적어도 양심수 범위에는 넣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다. 국가보안법이 적용됐다고 해서 무조건 양심수로 볼 수는 없다. 공안당국의 강압수사에 의해 사건이 왜곡 조작된 억울한 경우라면 별개 문제다. 이 경우에도 정치적 판단이 아닌 사법절차에 따른 입증과정을 존중해야 옳다.

일부 단체는 3·13특사때 석방된 74명은 전체 양심수 4백78명의 15%에 불과,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때의 28%(1백44명)에도 못미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석방자 숫자만 비교해 정권의 성격을 규정짓는 것은 무리다. 법무부장관의 광복절 특사 예고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가 사면을 석탄절로 앞당겨줄 것을 건의한 것은 인권단체 등의 불만에 쫓기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대폭 석방을 기대하고 지난 대선때 김대중후보를 지지해준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선거와 뇌물사범의 상당수도 석탄절 사면에 포함하도록 건의했다는 보도도 있다. 본란은 이미 민주주의의 기초질서를 해치는 선거사범은 사면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중요한 국사(國事)가 분명한 원칙과 납득할 만한 명분없이 이뤄지면 곤란하다. 사면법에는 복역기간과 범죄형태 반성여부 재범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사면이 정치적 시류(時流)에 좌우된다면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설 자리가 없고 법적 안정성과 법적용의 형평성이라는 국법질서는 무너지고 만다.

시국공안사범 사면에는 국민에게 미칠 이념의 혼란까지 깊이 고려해야 한다. 어떤 압력이나 인기에 연연해 무리한 석방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