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40)

  • 입력 1998년 3월 13일 17시 03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08〉

그후 저는 꼬박 한 달 동안을 두고 남편과 더불어 더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 한 달 동안 우리는 흡사 사랑하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들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밤낮없이 저에게 탐닉하는 남편을 보면서 저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고, 그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저의 몸뚱어리가 더없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한 달 전, 저는 노파의 꾐에 속아 이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그날로 그 아름다운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니, 모든 것이 흡사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예의 그 노파가 저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아씨, 사랑도 좋지만 오늘은 바람도 쐴 겸 시장에 나가 색다른 천도 좀 구입하세요. 외국에서 온 대상이 도착했는데, 세상에 다시없이 진귀한 비단을 가득히 싣고 왔다는군요.”

그러나 저는 남편 곁을 떠나 있는 것이 싫었으므로 그다지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노파는 다시 저를 꼬드겼습니다.

“아씨, 사랑하는 남녀간에는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약이 된답니다. 밤낮없이 함께 붙어 있으면 도련님은 금방 아씨한테 싫증을 느끼게 된답니다. 잠시나마 떨어져 있으면 도련님의 가슴 속에는 샘물이 고이듯이 아씨에 대한 그리움이 고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씨는 새로운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답니다.”

노파는 계속해서 온갖 말로 저를 꼬드겼으므로, 저는 마침내 남편의 허락을 구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가 색다른 비단을 사기 위하여 시장에 가고 싶다고 말했고, 남편은 쾌히 승낙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큰 베일을 쓴 다음, 노파를 따라 비단 장사를 하는 대상 객주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시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상인 한 사람이 가게 문을 열고 내다보며 저를 향하여 말했습니다.

“아씨, 저의 가게에는 인도에서 갓 들여온 최상급의 비단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금실로 꽃을 수놓은 비단도 있습니다. 들어오셔서 한번 구경이나 하시지요.”

이렇게 말한 그는 다소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상인의 눈빛과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망설였습니다. 그때 곁에 있던 노파가 말했습니다.

“아씨, 저 상인은 굉장한 부자인데다가, 점잖은 분이랍니다. 게다가 저분의 가게에는 온갖 상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답니다. 저 상인한테 가시면 무슨 물건이든 살 수 있습니다. 이 시장에서 저분의 가게만큼 좋은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집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저의 팔을 잡아 끌었으므로, 마지못해 저는 노파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가게 주인은 오래 전부터 저에게 음욕을 품고 있었고, 그리하여 돈을 주고 노파를 매수했던 것입니다. 저를 그 가게에까지 데리고 오도록 말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저는 그 상인의 가게 안으로 들어갔던 것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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