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法曹 거듭나기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49분


법원 검찰 변호사 법조삼륜(法曹三輪)의 개혁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의정부지원 판사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로 판사들이 변호사로부터 돈과 향응을 받은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은 법조계 비리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검찰은 검사들의 가벼운 비리관련 사례를 수사결과라고 내놓았으나 이를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검찰발표를 그대로 믿는다 해도 ‘가벼운 비리’가 검사들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은 결코 일회성 단죄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법조삼륜의 구조적 병폐, 검은 유착관계의 빙산의 일각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련 판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조치도 중요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법조계 일각에선 언론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어느 분야에서나 있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법조인들의 자기비하이자 도덕적 불감증을 나타내는 것에 다름아니다. 특히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해야 하는 판사가 돈과 향응 전관예우 등 나쁜 관행에 물든다면 누가 그들에게 재판을 맡길 수 있겠는가.

윤관 대법원장은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관은 외로운 직책이며 종종 성직(聖職)에 비유된다”고 지적했다. 판사라는 자리가 얼마나 높은 품위와 권위, 도덕성 신뢰성 공정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나타낸 말이다. 판사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그런 자질을 갖추지 않고는 직무를 올바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법부를 ‘정의의 마지막 보루’로 부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법원장회의에선 변호사와의 금전관계 등에 대한 구체적 행동규범을 법관윤리강령에 담기로 했다고 한다. 집무실에서의 변호사 면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감찰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물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낡은 의식과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무엇보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윤리규범의 꾸준한 실천이 중요하다. 법원장회의나 법관윤리강령 개정 등이 국민에게 한차례 보이기 위한 ‘행사’에 그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의정부지원 사건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항간의 냉소가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입증했다. 서민들의 소박한 법감정 속에 얼마나 많은 억울함의 눈물과 한숨이 함축돼 있는지 헤아려 봐야 한다. 법조인들은 그동안 일반상식과 법의 논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국민 위에 군림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할 일이다. 법조계 개혁은 법과 정의가 법조인이 아닌 국민을 위해 있다는 자각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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