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정부의 안기부

  • 입력 1998년 3월 4일 19시 46분


국가안전기획부장에 임명된 이종찬씨는 과거 중앙정보부의 기조실장을 지냈다.

새 정부 출범 직전에는 정권인수위원장으로 안기부 업무를 보고 받았다. 누구보다 안기부 업무와 조직에 익숙한 인사여서 안기부의 새로운 출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보면 안기부를 너무 잘 안다는 그 자체가 오히려 단점일 수도 있다.

안기부가 지난날 국가정보를 독점하는 권력기관으로서 얼마나 많은 월권과 탈선을 했는지, 그리고 그 폐해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지적할 필요가 없겠다. 최근에는 안기부 내에서도 자정(自淨)과 자기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안기부는 김현철(金賢哲)씨의 사조직 인맥이 요직을 점령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지난 대선 때는 특정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북풍파문’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제 안기부는 스스로 본연의 임무를 찾아 위상을 정립할 때다. 안기부가 수행해야 할 주요기능은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수집활동과 해외동향 파악, 특히 경제 통상분야의 정보수집활동이다. 냉전이 종식된 오늘의 국제사회에서는 또다른 무한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시장 쟁탈전은 하루가 다르게 양상이 바뀐다. 그 뒤에는 산업 기술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정보전이 거미줄처럼 얽혀 전개되고 있다. 마약 테러 등 국제범죄조직들의 활동도 더욱 격렬해져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 안기부가 해야 할 일은 이같이 격변하는 지구촌의 동태파악과 정보수집 및 분석이다.

우리는 아직도 남북한 대치상태에 있다. 한시라도 대북(對北)정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안기부가 대북 정보수집의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해서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까지 무리한 권한 행사를 하려 해서는 안된다. 뒤에서 돕고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안기부정신’은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통일정책에 혼선과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많은 업무가 장막으로 가려져 있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의 특성때문에 언제나 정치에 오염될 가능성이 큰 기관이 안기부다. 그렇지만 안기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명백하다. 과거와 같은 권력행사기관으로서의 조직과 기능은 과감히 수술 제거해야 하고 역할이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예산이나 인력을 더욱 보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안기부의 올바른 구조조정이다. 안기부를 보는 국민의 시각과 정서는 아직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명실상부한 국가정보기관으로 신뢰받으려면 자기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내부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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