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재소자 인권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영국은 92년 재소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신체검사와 편지검열을 없앴다. 그후 재소자들의 마약복용과 각종 사고사망 폭동 등이 급증했다. 면회 온 애인과 키스하면서 마약캡슐을 넘겨받아도 교도소측은 어쩔 도리가 없게 됐다. 출소를 두달 남겨둔 18세 소년이 검열 안된 여자친구의 편지 때문에 동맥을 끊어 자살한 사건도 일어났다. ‘너 같은 인간과는 다시 안만나겠다. 차라리 죽어버려라’는 대목 탓이었다.

▼재소자의 지나친 자유가 사회문제로 대두됐으나 영국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다. 철저한 통제가 당장 교도소를 조용하게 할지는 모르나 재소자들을 더욱 포악하게 만들고 정상적인 사회복귀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였다. 96년4월 우리나라에서도 미결수가 변호사를 통해 히로뽕을 밀반입, 감방동료와 함께 투약하다 들켜 징벌방에 갇히자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교도행정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사회와 격리된 교도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도리는 없다. 그래서 교도소에서는 늘 인권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런 사정은 선진국들도 예외일 수 없다. 본보가 출소자들을 상대로 조사해 보도한 교도소내 인권실태(3일자 22면)는 구체적 수치를 그대로 믿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폭력사례가 많든 적든 남아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재소자 약 6만명, 교도관 1만2천명. 이런 엄청난 ‘식구’가 매일 조용하기만을 기대한다면 무리일 수 있다. 폐쇄된 공간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교도관들에게 남다른 고충도 있다. 그렇다고 질서유지를 위해 폭력에 의존하거나 재소자에게 담배 히로뽕을 파는 일이 있다면 곤란하다. 사회방위와 갱생을 돕는 공직자로서 존재의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육정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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