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정/행정개혁이라는 「神話」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작은 정부’는 세계 모든 나라가 하나같이 매달리고 있는 화두(話頭)다.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미국, 정부의 역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일본, 탈(脫)관료개혁을 통한 봉사행정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유럽국가들의 정부개혁 노력은 국민부담 축소와 행정서비스 강화만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 국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경쟁력 강화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정부개혁에 성공한 국가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나라는 뉴질랜드다. 행정개혁 착수 직전인 84년 뉴질랜드 경제는 두자릿수의 인플레와 성장률 제로, 10%가 넘는 고실업에다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렸다. 그러나 지난 13년간 전체 공무원의 절반 이상을 감축하는 과감한 정부개혁을 통해 강력한 국가경쟁력을 갖춘 일류국가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는 경제적 자유 및 정책의 질 세계 1위, 국제화 2위, 국가경쟁력 7위였다. 우리의 정부개혁 노력은 어떤가. 기존의 23개 정부부처를 16개로 줄인다지만 그것만으로 작은 정부가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국회심의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로 한 두개 부처가 살아나거나 신설된다면 작은 정부 원칙은 더욱 무색해진다. 일본이 기존 22개 부처를 13개로 줄이기로 했는데 작은 정부, 효율화, 민간주도라는 똑같은 기치를 내건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기구축소마저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부분의 부(部)는 그대로 두고 통폐합된 일부 부처의 조직은 평면적인 조직 이식 차원의 개편에머물렀다.여기에정치논리까지끼여들었다. 그 결과 기능중심의 구조개편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집행조직의 합리적인 정비나 공무원 감축문제가 어렵게 되었다. 차기정부는 우선 국가공무원 16만3천명 중 1만명을 올해안에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년단축, 명예퇴직 확대, 신규채용 억제, 직권면직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같은 방법만으로 공무원 수의 과감한 감축은 어렵다. 고비용 저효율의 행정구조 개선은 물론 규제완화와 직접 맞물려 있는 공무원 감축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행정개혁은 영원한 숙제로 남을 뿐이다. 미국은 94년 연방정부 공무원 30만명을 줄이기로 하고 관련법을 만들어 성공적인 군살빼기를 했다. 영국도 국가공무원 수를 79년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였다. 우리의 정부개혁은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우선 정부개혁의 목표와 지향성이 불분명하다. 21세기 국가비전과 전략이 제시되지 않은 채 조직과 시스템 개편에 착수했다. 조직을 개편한다고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또 조직개편만으로 행정의 효율성이 제고되고 정책개선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화다. 행정제도와 관행, 그리고 종래의 관료주의적 행정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의 정부개혁을 모방하면서 그들의 행정개혁 노력이 왜 표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정개위(政改委)의 고민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정부개혁은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보다 왜 바꾸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규제철폐와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한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의 개선이 가능퓔맥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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