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천표/「산소호흡기」는 뗐지만…

입력 1998-01-30 19:54수정 2009-09-2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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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마지막날 뉴욕외채협상에서 단기채무의 장기채무로의 차환 및 새로운 채무의 이율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이러한 차환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우리 상황은 산소호흡기를 달고 연명하는 상태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이제 우리는 최소한 산소호흡기는 뗄 수 있는 처지가 된 것이다. 차환의 조건은 만기 1년이내의 단기부채를 1년 내지 3년이상의 중기부채로 차환하면서 프리미엄을 2.25∼2.75%로 합의하고 폐쇄되는 종합금융회사의 부채 및 파생금융상품 관련 부채에 대해서는 정부보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차환되는 채무에 콜 옵션을 부착, 우리의 신용도가 나아질 경우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다시 차환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았다. 이번 뉴욕협상에서의 주안점은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으로 약정할 것이냐, 정부보증의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이냐, 그리고 어떤 조건으로 콜 옵션을 부착할 것이냐는 것 등이었다. 이러한 주안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협상결과는 수준급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런던은행간금리(리보)에 추가하는 프리미엄으로 6%내외를 요구할 정도로 얼마전까지 우리의 신용도는 악화되어 있었다. 95년 프리미엄 0.5%내외였던 우리의 신용도를 상기하면 이것은 정말 대단한 추락이다. 때문에 시장에서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그러하다고 하여 우리가 6%내외의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차환하는 것은 대단히 불공평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외채위기와 관련하여서는 80년대의 외채재협상시의 관례와 달리 채권은행이 차환협상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면에 등장하여 차환에 관여하고 있다. 이로써 채무불이행이라는 사고에 대해서 오로지 채무자 책임만 강조되고 채권자의 책임은 논외로 되는 이상한 상황이 전개됐다. 기본적으로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불공평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아가 차환을 계기로 사기업인 은행이나 종합금융회사의 채무에 대해 정부보증을 요구한 것은 시장경제논리에 반하는 것이다. 사적 채무의 공적 채무화를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리미엄을 2.5%내외로 합의함으로써 이러한 우려가 상당 정도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프리미엄을 시장 프리미엄 수준이하로 합의함으로써 채권자의 책임이 일부 반영되었다 할 수 있고 또 정부보증에 대한 보상도 다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 시작전 6%라는 높은 프리미엄을 의식했던 협상단은 앞으로 우리의 신용도가 높아지게 됐을 때 보다 유리하게 재차환을할 수 있도록콜 옵션 부착에집착,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번 차환은 3년이내의 중기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우리의 신용도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이 기간에 콜 옵션을 행사할 기회가 있을는지 의문이다.이럴 경우콜 옵션의 부착은 국내 심리위무용으로서의 기능만할 수있을 뿐이다. 옵션을 부착하면서 그 대가로 얼마를 주기로 약정했는지가 궁금하다. 이번 합의를 기반으로 하여 앞으로 각개 채무에 대한 구체적 차환계약이 체결되게 될 것이다. 이때 각개 채무자의 조그만 노력이 필요하겠으나 큰 쟁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무자가 옵션부착에 대한 타당성 계산에 철저하길 바란다. 우리 모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소호흡기를 뗀 이후 올바르게 적응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구조조정에 성공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금융개혁 기업소유지배구조개혁 등에서 적절한 타협을 이뤄 다시 실패해서는 안되겠다. 이천표(서울대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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