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린정치 TV대화

  • 입력 1998년 1월 19일 20시 58분


18일 저녁 TV3사가 생중계한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매우 의미있는 시도였다. 형식에서는 국가지도자와 국민의 직접대화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열린 정치, 쌍방향 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내용에서는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극복방안과 전망을 제시하며 고통분담을 호소, 국민역량을 결집하는 데 기여했다. 시청률 53.3%, 시청점유율 67%를 기록했을 만큼 국민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고 대체로 신뢰와 동의를 표시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은 국민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 간접적으로 전했다. 국민은 묻고 싶은 것이 있어도 묻지 못했고 대통령과 접촉하기도 어려웠다. 김차기대통령은 사실상의 국정책임자로서 처음으로 국민과 직접 만나 국민의 의견을 듣고 질문에 답했다. 김차기대통령의 대선(大選)공약이기도 했던 이런 대화는 그의 표현대로 ‘참여 민주주의’와 ‘쌍방통행의 정치’를 도입한 국정운영의 새로운 방식으로서 환영할 만하다. TV를 통한 국정책임자와 국민의 직접대화는 미래정치의 한 모습인 ‘반(半)직접민주주의’에 근접하는 것이다. 기존의 대의정치는 이익의 다기화(多岐化)와 제반 분야의 전문화로 한계에 봉착, 정치와 국민의 직접통행이 필요해졌고 전자매체의 발달로 그것이 가능해졌다. 그런 뜻에서 이번같은 대화는 오히려 때늦은 것이다. TV대화는 정치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의 제고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동안 불명확했던 경제청문회 개최시기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극복가능시점 등을 김차기대통령이 밝힌 것도 그 성과의 하나다. 이번 대화가 많은 국민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무엇보다도 김차기대통령의 진솔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러한 자세의 견지여부는 김차기대통령이 1년에 ‘두서너번쯤’ 갖겠다는 TV대화의 성패를 크게 좌우할 것이다. 이번에는 전임자의 실정(失政)에서 연유한 문제를 주로 다루었지만 다음부터는 자신의 실책을 고백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만 TV대화는 소기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국민을 설득하는 최고의 무기는 진실이다. 국민과의 직접대화도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정치행위는 아니다. 여기에는 국민여론을 한곳으로 유도해 반대의견을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여론정치’의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김차기대통령으로서는 여소야대 의석구도를 돌파하는 방편으로 이런 대화를 이용하려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정운영방식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할 가치가 있다. 문제점이나 부작용은 그것대로 경계하고 보완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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