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도 살아남으려면…

  • 입력 1998년 1월 16일 20시 13분


대학의 재정형편이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라고 한다. 수입원이 위축되면서 자금난에 빠진 대학이 속출하고 교직원 월급을 제때에 주지 못하는 대학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 파산이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 직접적 원인은 국제통화기금(IMF)한파 때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대학의 체질과 경쟁력이 턱없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제 대학도 뼈를 깎는 개혁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대학의 재정난은 앞으로가 더욱 걱정스럽다. 대학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이며 지난해 전체적으로 1조원을 넘었던 국고보조금은 정부의 예산긴축 조치에 따라 15%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기부금이나 사업수익금도 경기위축으로 대폭적인 감소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올해부터 교육시장 개방으로 외국대학의 분교설치가 가능해지면서 대학도 사실상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재정이 튼튼하지 못한 대학은 언제든 좌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이 당면한 위기는 상당부분 자초한 결과다. 그동안 대학들은 양적 팽창에만 매달려온 나머지 조직이 비대해지고 방만한 경영이 거듭되어 왔다. 선진외국의 대학들이 ‘개혁’과 ‘생존전략 찾기’에 골몰하고 있을 때 우리 대학들은 입학정원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다. 교수들은 본연의 직분인 학문연구보다는 자기 전공 지키기에 집착해 대학내 유사학과와 영세학과가 늘어나고 시대조류에 맞지 않는 학과도 그대로 존속되어 왔다. 1년 중 3,4개월씩 방학이 이어지는 대학의 특수성과 전체 대학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업무 직원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은 대학도 적지 않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대학운영 전반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환경에 맞게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구조조정은 단순히 조직의 효율만을 따질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력수요를 고려해 처음부터 틀을 새로 짜는 이른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투자계획에도 거품은 없는지를 살펴 재조정에 나서야 한다. 교육당국은 관행처럼 되어온 규제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율권을 부여해 대학들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옳다. 기여입학제 등 대학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지원제도도 여건이 크게 변화한 만큼 타당성을 다시 검토할 단계다. 우리 사회에서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분야로 늘 대학이 거론되곤 한다. 우리 대학의 후진성은 현 경제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학이 ‘거듭나기’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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