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중간판세]현대독주 주춤…순위파괴로 『안개』

  • 입력 1997년 12월 29일 20시 20분


「일인천하에서 군웅할거시대로」 2라운드 초반까지 현대다이냇의 독주로 좁혀졌던 97∼98 프로농구 판세가 3라운드에 접어들어 다시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29일 현재 선두 현대와 2위 대우제우스의 승차는 세 게임. 대우와 공동 8위간의 격차 역시 3게임에 불과,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안개판도다. 「다자간 경쟁」이 가능해진 것은 현대의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리면서부터. 나산플라망스에 의해 11연승의 상승세를 제압당한 현대는 이후 삼성썬더스와 SBS스타즈에 잇따라 발목이 잡혔다. 지각변동의 또다른 축은 나산플라망스의 선전. 시즌초반까지 SK나이츠와 함께 최하위권을 형성했던 나산은 6연승의 고속질주와 함께 순식간에 중위권으로 치솟았다. 이와 함께 탄탄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2라운드들어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졌던 삼성썬더스와 기아엔터프라이즈가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에 나선 것도 혼전을 부추겼다. 「순위 파괴」의 일차원인은 각 팀의 아킬레스건과 직결돼있다. 포인트가드의 부재나 포스트의 약세 등 저마다의 약점이 실전을 통해 드러나면서 상대방이 이를 집중적으로 물고늘어지기 때문. 탄탄한 전력의 나래블루버드와 기아가 상위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골 밑의 상대적 약세. 제이슨 윌리포드(나래)와 클리프 리드(기아) 등 센터 한명에게 많은 것을 기대는 불균형이 문제다. 삼성과 SBS, 동양오리온스의 「구멍」은 게임리더의 부재. 슈터와 센터 등 뛰어난 득점원을 갖고 있지만 이를 조율해주는 포인트가드가 마땅치 않아 고비에서 쉽게 무너지곤 한다. 10개 구단 중 내외곽이 가장 안정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대는 이상민과 조니 맥도웰 두 축 가운데 하나가 수비에 막히거나 개인플레이를 하면 자멸하는 것이 최대 약점. 이와 함께 베스트5를 혹사, 부상선수가 속출하는 것도 판도변화의 변수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 키넌 조던의 부상 이후 4연패에 빠진 동양이 그 예. SBS 한창도해설위원은 『정규시즌의 반환점을 도는 지금부터의 성적이 장기레이스의 최종 결과를 가늠하는 관건』이라며 『적절한 선수기용과 작전구사 등 벤치의 두뇌싸움의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헌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