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국제신용등급기관과 한국의 등급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지난 여름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총리는 『동남아 통화위기는 조지 소로스의 투기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 번스대변인은 『소로스는 존경받는 사람이며 세계적으로 많은 선행을 한 인물』이라고 비호했다. 소로스는 92년 1백억달러로 파운드화 사냥에 나서 2주일만에 20억달러를 챙기고 영국 중앙은행을 굴복시킨 적이 있다. 그만큼 각국 중앙은행이 두려워하는 국제금융계의 황제다 ▼월스트리트의 큰손 소로스와 함께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곳이 바로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두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65개국의 국가신용도와 7만여개의 기업 금융기관 및 6만여종의 유가증권 신용을 평가한다. S&P는 세계 거래채권 절반 이상의 신용등급을 매긴다. 1백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두 회사의 평가는 곧 지구촌 투자가들의 의사결정 기준이다 ▼무디스는 한달 사이에 한국의 신용등급을 무려 6단계나 낮췄다. S&P도 두달간 국가신용을 전체 22등급중 6순위에서 16순위로 급강등시켰다. 그 결과 성사 직전의 산업은행 채권발행이 무산되고 금융기관 해외차입이 마비상태에 빠져 외환위기가 가중됐다. 이같은 신용등급 하향조정에는 한국 대통령당선자와 시장 개방에 압력을 가하려는 워싱턴 당국과 금융계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으나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인도네시아 태국 수준으로 격하시킨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한 건 당연하다. 몇몇 분석자가 부정확한 자료를 갖고 한국의 신용도를 멋대로 낮춘 것은 신용평가기관의 신뢰도에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한국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며 자금지원에 나선 미국정부와 국제금융기구의 신뢰를 신용평가기관들은 앞으로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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