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긴급명령 검토할 때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4분


지금 우리경제는 파산 직전의 위기상황이다. 발등의 불인 금융 외환위기도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없다. 환율과 주가는 요동치고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다급하기는 실물경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흑자부도와 대량실업,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금융에 발목잡힌 수출 등 어느 하나 급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동안 정부는 금융 외환 수출입 관련 대책들을 수없이 내놓았다. 그러나 매번 땜질식이었다. 그나마 시기를 놓치고 뒷북이나 치는 조치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보다 구조적인데도 임시방편의 진단과 처방으로 일관했다. 현 단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대내외적 신뢰회복이라고 되뇌면서도 그를 위한 구체적이고도 결정적인 조치들을 가시화하지 못했다. 국제신인도 회복을 위한 금융구조조정, 기업지배구조 개선, 무역자본시장 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책권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조기에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IMF가 추가로 요구하는 정리해고제 도입, 외환규제 전면철폐,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즉각 허용,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조기 폐지, 기업어음(CP)시장의 조기개방 등도 현재 우리의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있는 사항들이 아니다. 이제는 더 미적거릴 수 없다. IMF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경제구조개혁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당면과제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조치들을 뒷받침할 법과 제도를 새로 만들고 고치는 데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국가파산위기의 비상상황인 만큼 12인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제의키로 한 대통령긴급경제명령 발동을 적극 검토할 때다. 지금부터 긴급명령에 담을 내용들을 면밀히 점검한 뒤 내주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즉각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국난타개를 위해서는 리더십쪽에 강력한 힘을 실어줘야 한다. 국회 입법원칙 등을 들먹이며 법률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하며 소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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