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SBS「이주일의 코미디쇼」

  • 입력 1997년 12월 22일 20시 22분


요즘 TV는 「정치의 봄」이다.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TV 토론회와 광고연설, 선거관련 기획물의 홍수로 이른바 「미디어정치」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정작 풍자를 먹고 사는 코미디 프로에는 정치라는 앙금이 빠져있다. 시사풍자를 내건 SBS 「이주일의 코미디쇼」(일 밤10.45)도 마찬가지다. 21일 이 프로는 「국민대변인」과 「어르신 밥상」 등을 통해 정권교체와 관련된 세태의 변화를 담았다. 「어르신 밥상 인수준비위」가 출현하자 주방은 금세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 빼고는 쓸만한 사람이 없어요』 『새 어르신, 그분께 식사올리는 게 평생 소원이었다』는 식이다. 「신허튼소리」는 걸쭉한 입담과 스피디한 구성으로 만담의 재미를 보여줬다. 이 프로는 그러나 풍자의 맥을 이어온 공로에도 불구하고 쉰 팥이 든 빵을 씹는 것처럼 목에 걸린다. 쇼탤런트의 노래와 춤은 삼류 극장쇼를 연상시킨다. 「이주일송」과 코너마다 진행자를 지나치게 추켜올리는 모습 자체가 오히려 한편의 코미디이고 80년대로 돌아가 옛 화면을 보는 지루함과 실소를 자아낸다. 한 코미디 PD는 정치코미디의 실종을 반대편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풍토와 방송사의 보신주의, 시청률 지상주의의 합작품으로 지적한다. 한때 『나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도 좋다』는 권력자의 말이 인구에 회자됐었다. 그러나 이 말은 방송사 안팎의 압력을 거치면서 『나를 코미디 소재로 삼으면 절대 안된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찰리 채플린은 목소리 없이 표정 하나만으로 권력과 문명에 대한 메시지를 보냈다. 「갓끈 떨어진 권력」에 대한 풍자는 풍자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치 코미디가 가능하고 필요할 때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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